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12일차
오늘은 12일차 휴식일이다. 어제 1분 걷기 + 3분 달리기 인터벌 30분을 뛰고 하루종일 몸이 무겁다 느꼈는데 다행히 중국도 오늘부터 청명절 연휴를 맞았기에 간만에 푹 자고 천천히 집안일도 하며 휴식일을 잘 보내고 있다. 12일차인 오늘, 올레 님이 책 '마라닉 페이스'에서 말씀하신 대로 지금까지 잘 달려온 나에게 보상을 해주자고 마음을 먹었고, 지난 10년 간 아주 가끔씩 달릴 때마다 신어온 러닝화를 놔주고 새 러닝화를 들이기로 결심했다. 러닝화 한 켤레를 10년 동안 신고 있었고, 마라닉 러닝 챌린지를 하는 동안에도 별 무리없이 신었으니,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안 달렸는지 뻔히 보인다. 아직 신을만은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한 번 달려보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기 때문에 새 러닝화를 나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러닝화라는게 여간 고르기가 어려운 게 아니다. 브랜드, 모델, 성능, 가격대가 너무 다양하고 전문화 돼있어서 초보 러너인 내가 나에게 알맞은 러닝화를 찾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역시 올레 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하라는 지침에 따라 가입한) 스레드에 포스팅을 올려 물어보았는데, 어찌어찌 연결된 한 분이 마피아(마라톤을 피크닉처럼 즐기는 아이들, 마라닉 페이스 저자 올레 님이 밴드 장으로 있는 밴드 모임)에 초대해주셔서 스레드에 이어 이번엔 마피아 밴드에 덜컥 가입해버렸다. 원래 소셜 미디어 자체를 잘 안 하고 또 잘 못하는데, 어쩌다보니 인스타, 스레드에 이어 밴드까지 하고 있다. 난 사실 I성향에 집돌이 성격이라 과거에도 사회인 야구 동호회 말고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과 온/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러닝'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그냥 개인의 입장에서 소셜 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것 보다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내가 세상과 다시 만난 느낌이랄까?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다시 만난 세계'라는 노래가 떠올라 정말 오래간만에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보았는데, 노래 중반 즈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가사에 나오는 '너'를 '나'로 바꿔 나에게 부르는 노래로 듣거나, 아니면 '너'에 '러닝'이라는 의미를 붙여 들으면 정말 딱 내가 러닝을 하며 달라지고 있는 마음가짐, 모습들이 떠올랐으며, 러닝을 통해 세상과 다시 만난 내가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겹쳐져 가슴이 뜨거워졌다.
헤매임의 끝,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그래. 이대로 끝까지 해보는 거야.
다시 만난 세계, 다시 만난 나 자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