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13일차
달리기 전엔 몰랐다.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13일차의 플랜은 1분 걷기 + 4분 달리기의 5분 인터벌을 6번 반복해서 30분을 달리는 것이다. 5번째 인터벌 전까지는 다리도 호흡도 모두 전혀 무리가 없어서 좀 나아졌다 싶었는데, 5번째와 6번째 인터벌엔 약간 좀 쥐어짠다는 느낌으로 달렸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거겠지.
원래 3:45에 일어나서 러닝 준비를 한 후 4시 땡 하고 달리려고 했는데, 웬걸? 나답지 않게 늦잠을 자 버렸다. 그것도 한 시간이나. 알람은 핸드폰과 워치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깨기 직전 꿈에 아내가 나와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서 아내를 안아주고 토닥이며 위로해주다 보니 러닝 생각을 까맣게 잊은 것 같다. (아내가 한국에서 독박육아를 하며 너무 힘들어하는 요즘이다 보니 나의 아내를 향한 안쓰러움이 내 잠재의식에서 반응한 듯하다.)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 달리기 시작한 게 4시 51분인데,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나오니까 확실히 달리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 불편하고 괜스레 움츠러들고 했었는데, 오늘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러너를 만나 반갑다는 느낌이 강했고, 스쳐 지나갈 땐 내 다리에 힘이 더 실리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러닝이 조금씩 나를 바꾸더니 성격도 바꾸나 싶었다. 난 MBTI 극 I 성향이라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편하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것마저 바꾸는 것이 러닝인가 보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약 2주가량 러닝 챌린지를 하면서 달라진 것들이 뭐가 있는지 말이다.
1. 우울, 불안, 불만, 짜증, 화가 사라진다.
2. 활기차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3. 회사 일을 할 때도 열정적이 된다.
4. 러닝 전날 밤 잠자리에 드는 것과 당일 새벽 눈을 뜨는 것이 즐겁다.
5. 머릿속에 온갖 긍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져서 메모광이 된다.
6. 스스로 침체기라고 생각하고 미뤄 왔던 일들을 하나둘씩 다시 시작하게 된다.
7. 모닝 루틴이 훨씬 확고해진다.
8. 독서량도 늘어난다.
9. (장점인지 모르겠으나) 소셜 미디어를 전혀 않던 내가 스레드에서의 러너들과의 소통을 즐기게 됐다.
10.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믿게 됐다. 확실히 다른 사람을 덜 의식한다.
11. 조급함이 사라진다.
12. 내 속도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니 내 속도대로 사는 법도 알게 된다.
13. 비교를 하지 않게 된다.
이젠 꽤 오래 쉬었던 유튜브도 다시 재정비하려고 한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새 채널도 계획하고 있다. 무언가에 시간을 할애하면 원래 해오던 다른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닝을 하고 더 많은 것들을 하게 됐다. 아이디어도 전보다 더 많이 떠오른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내가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때가 올 때까지 천천히 내 안에 쌓아가려 한다.
러닝이 나를 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