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일지 몰라.

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18일 차

by 박이운

소셜 미디어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처음으로 계정을 만들었던 인스타그램은 뭔가 내세울 것이 있어야, 뽐낼 것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여겼고, 내세울 것이나 뽐낼 것이 마땅히 없던 난, 아니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난 그 길로 소셜 미디어와 작별을 고했었다. 워낙 성격 자체가 좁고 깊은 인간관계에 적합한 데다 MBTI도 감성적인 내향인 그 자체인 INFJ다 보니 소셜 미디어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내게 맞을 수가 없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2013년 가을에 해외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벌써 10년이 넘도록 한국을 떠나 있으니 가뜩이나 좁았던 인간관계는 해가 거듭될수록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 이젠 한국 들어갈 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거짓말 않고 다섯 손가락 안 쪽밖에 남지 않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나는 점점 세상과 등을 지게 됐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새나 다른 사람의 일엔 일절 신경을 안 쓰기 시작했고, 매일 나를 둘러싼 작은 세상과만 씨름하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굴었다. 그리고 더 최악인 건 그 작은 세상 안에서도 화와 불만이 많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랬던 내가 러닝을 하면서 스레드(Threads)라고 하는 202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 미디어를 정말 엉겁결에 시작하게 됐는데, 원래 소셜 미디어랑 맞지 않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시작은 역시 마라닉 페이스의 저자 올레(이재진) 님이었다. 그분이 책에 제시한 30일 러닝 플랜 중 5일 차 내용에 보면 달리기 습관 시작을 소셜 미디어에 여기저기 알리고 공유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난 워낙 하나에 꽂히면 말을 잘 듣는 편이라 그분의 말을 그대로 실행했는데, 처음은 인스타그램이었다. 계정을 새로 만들고 나서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하루하루 달리는 나의 모습과 기록을 공유하고 있긴 했지만 크게 러닝에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진 않던 찰나, 올레 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해서인지 올레 님의 스레드 계정이 인스타그램에 떴는데, 정말 무심결에 그분의 포스팅에 답글을 달기 위해 스레드 계정을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스레드에서의 전국 각지 러너 스친(스레드 친구)들과의 소통은 나를 러닝에 더 빠지게 했고, 이 도전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 힘이 더 생기게 했다. 하지만 스레드를 통해 얻은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스레드에서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은 내가 지금껏 알던 세상과 달랐다. 단지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글이 우선시 되는 플랫폼일 뿐인데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느꼈거나 다른 소셜 미디어를 하면서 느낀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러닝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나이, 성별, 지역, 정치색 등 그 어떤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러닝기록, 일상들을 공유하며 응원과 조언, 위로와 감사를 주고받았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자 내가 쓰는 말들이 180도 달라졌는데, 아래는 스레드를 시작한 뒤 가장 많이 쓰는 말들이다.


대단해!

멋져!

축하해!

응원해!

고마워!

감사해!

덕분이야!

같이 힘내자!

동기부여가 됐어!

수고 많았어!

행복해!


이 말들 말고도 긍정적이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말들만 넘쳐난다. 살면서 아내를 제외하고 이런 감사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난 달리기를 시작한 요즘이 정말 행복하다. 어쩌면 세상은 내가 40년 넘도록 알고 지내왔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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