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것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하다.

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20일 차

by 박이운

와. 벌써 30일 도전 중 2/3 지점까지 왔다. 내가? 정말? 속으로 연신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되물었다. 그래. 맞아. 너 스스로 여기까지 온 거야. 잘하고 있어.




오늘은 달리지 않는 휴식일이었지만 4시에 눈을 뜨자마자 주섬주섬 러닝 복장을 챙겨 입었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30일 챌린지 영상을 준비 중인데, 우중런 영상 소스도 필요할 것 같아 휴식일임에도 달려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어제 처음으로 10분 연속 달리기를 3회 반복한 후 스트레칭도 잘해줬건만 종아리, 무릎, 허리 등 통증이 없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쉬면 챌린지 종료 시점까지 다시는 비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통증을 참고 러닝을 강행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회복런 개념으로 천천히 뛰다 보니 다리 통증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고, 플랜이 있는 러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힘들 때 걷기도 했으며, 촬영 가능 스폿에 다다르면 카메라 설치 등을 해야 했기에 쉬는 텀이 꽤 있는, 산보 같은 러닝이었다.


문제는 러닝을 마치고 집에 거의 다와 가는 시점에 발생했다. 갑작스럽게 양쪽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두통이 느껴진 것이다.


'왜 이러지? 휴식해야 하는 날 달렸다고 이러나? 아님 수면이 부족한가?'


과거 편두통을 꽤 오래 앓았던 적이 있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낀 두통이라 느낌이 싸했다. 수면 부족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4시에 일어나기 위해 취침 시간을 저녁 9시로 앞당긴 지 수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결국 난 이 두통이 휴식일에 쉬지 않고 달린 결과로 인해 나타난 증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쉬어야 하는데... 쉬어야 나을 텐데...'


머릿속으로는 계속 쉬어야 한다고 되뇐 나지만 쉴 수가 없었다. 오늘까지 아이 돌잔치 영상용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해야 했기에 아픈 머리를 감싸 쥐고 6시간을 내리 컴퓨터와 씨름했다. 가까스로 업로드를 마치고 나니 이번엔 허기가 올라왔다. 간단하게 점심을 챙겨 먹고 나니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1시간가량 소화도 시킬 겸 집안일을 한 후 드디어 오후 2시에 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1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알람을 맞춰두고 낮잠을 청한 난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의식 중에 알람도 끄고 2시간이나 잔 것이다. 다행히 두통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이 느껴졌고, 역시 몸이 무리해서 두통이 왔나 싶었다. 그리고는 내일 러닝 때도 비가 오는지, 기온은 어떤지 확인하려고 날씨앱을 연 순간, 내 두통의 원인이 단순히 피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AQI 500. 아무리 공기가 좋지 않은 지역이라지만 이 수치는 이곳에 10년을 살면서 처음 보는 수치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세한 내역을 보려고 터치했더니 건강 정보란에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어린이, 노약자 및 건강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실내에 머무르고 육체 활동을 삼가야 합니다. 일반 대중은 실외 활동을 삼가야 합니다.'


다 필요 없고 아무도 나가지 말라는 말이다. 근데 난 비가 온다고, 촬영해야 한다고 좋다고 뛰어다니면서 오염도 최고치의 공기를 마구 흡입했으니 몸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자그마치 1986일을 매일 달리신 '마라닉 페이스'의 저자 올레 님이 러닝 입문자들을 위해 짜준 30일 러닝 플랜에 휴식일을 넣으신 것엔 이유가 있는 거다. 곧 2000일을 매일 달린 기록을 갖게 되실 올레 님의 말을 이제 겨우 20일이 된, 그것도 하루 걸로 하루 달린 런린이가 어겼으니 공기의 오염 정도는 차치하더라도 몸에 이상이 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난 항상 이렇게 몸으로 겪어야 배운다.


잊지 말자.

인생도 러닝도, 달리는 것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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