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인줄 알았던 건에 대하여

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22일 차

by 박이운

알람이 울리기 25분 전, 그러니까 3시 35분에 눈이 떠졌다. 러닝 휴식일이니까 4시에 딱 맞춰서 일어나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뒤척이기만 할 뿐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3시 50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후 러닝 휴식일 루틴에 맞춰 하나씩 하나씩 할 것을 해나가는데 어제와는 180도 다른 나를 발견했다. 어제 뛰고 와서는 잠이 들 때까지 엄청난 기운과 추진력과 행복감으로 가득 차서 하루를 정말 꽉꽉 채워서 보냈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지는 것이 느껴졌다. 왜 이럴까? 뭐가 문제지? 나 러닝 시작한 후 엄청 행복하고 활기차게 살아왔는데? 오늘 왜 이렇게 처지는 거야? 스트레칭을 하다 문득 잠에서 깨자마자 회사 일 생각을 했던 것이 떠올라 '월요병'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에게 '월요병' 진단을 내리자 정말 그 '월요병'이 시작되었다.




사실 러닝을 한 날과 하지 않는 휴식일에 처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으로 4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다.


1. 러닝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 또 세로토닌도 증가하는데, 이건 기분 조절과 수면, 식욕까지 좌우하는 호르몬이다. 아침 러닝 후 이 두 가지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면 "오늘 기분 좋게 살아보자!" 하는 신호를 내 몸에 마구 보내게 된다. 휴식일엔 이 호르몬이 러닝 당일처럼 뿜어져 나오지 않으니 비교적 처짐을 느끼게 된다.


2. 난 새벽 러닝을 하기 때문에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과도 영향이 있다. 새벽 시간은 코르티솔 수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시간대인데, 러닝을 하면 이 코르티솔을 건강한 방식으로 소진할 수 있다. 반대로 러닝을 쉬면 코르티솔이 제대로 소진되지 않아 피로감과 무기력함이 있을 수 있게 된다.


3. 러닝을 하면 체온이 오르고, 그 여열이 몇 시간 동안이나 유지된다. 이때 대사 속도가 높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지면서 몸이 활동 준비 완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러닝을 쉬는 날엔 체온을 올리는 워밍업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상대적으로 정체된 기분이 들 수 있다.


4. 러닝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서 정신을 또렷하게 하고, 이후엔 부교감신경을 도와 회복 모드로 아주 부드럽게 연결시켜 준다. 이 리듬이 들어맞으면 기분 좋은 활력을 느끼게 되지만, 러닝을 쉬는 날엔 이 리듬이 깨질 질 수 있기 때문에 처진다.




결국 월요병이 아닌, 뛰다 안 뛰어서 생긴 병이었다. <마라닉 페이스>에서 올레 님이 제시하신 30일 챌린지는 사실 러닝 입문자 맞춤용 플랜이라 하루 걸러 하루 뛰는 플랜이다. 안 뛰던 사람,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말 누구나 성공할 수 있게 짜인 플랜이기에 휴식일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오늘처럼 뛴 날과 비교해서 180도 다른 무기력한 나로 휴식일을 보낼 바엔 몸이 못 버텨도 뛰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시험이라면 시험이다. 또 벽이라면 벽이다. 그래도 30일 도전을 성공하면 이 벽을 넘어뜨려 다리로 삼아 매일 러닝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건너가리라 다짐한다. 힘들어서 쉬는 게 아니라 쉬어서 힘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나 싶은 그런 날이었지만,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매일 새로운 깨우침을 주는 러닝, 이러니 내가 러닝에 반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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