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25일 차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또 달리다 보면 아주 가끔씩 내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광경들이 펼쳐질 때가 있다. 가령 오늘을 예로 들자면, 3시에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일어나서 뛰어야지 인마.'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눈이 번쩍 떠졌는데, 알고 보니 옆인지 윈지 아랜지 모르겠는 이웃 부부가 다투는 소리였고, 호수공원을 달릴 땐 밤을 새운 젊은 친구들이 취기가 있는 듯한 모습으로 삼삼오오 모여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광경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그럴까?'였다가 빛의 속도로 생각이 이렇게 바뀐다.
'그래, 나도 그랬지.'
달리면서 얻은 좋은 점 중 하나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리기 전의 나였다면 새벽 3시에 큰 소음으로 날 깨운 이웃집을 향해 대놓고 욕하지는 못하더라도 속으로 실컷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만큼 화가 많던 나였다. 또 달리기를 하기 전에 '미라클 모닝'을 한답시고 회사에 6시에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의 난 그 시간까지 거리에서 술을 마시며 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며 혀를 차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내 모습이다.
나도 아내와 큰 소리를 내며 다툰 적이 있다. 이웃들이 관리실에 제보해서 경비가 찾아왔을 정도로. 또 젊은 시절엔 시간과 나를 물 쓰듯이 허비했다. 어렸던 내 모습을 떠올리고 또 달리면서 달라지고 있는 나를 돌아본 후 오늘 새벽에 내가 보고 들은 광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내 마지막 생각은 이랬다.
'다 때가 있겠지. 깨닫는 순간이 오겠지. 인생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겠지.'
오래 그리고 멀리 달릴 수 있게 페이스 조절을 해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인생에도 마라톤처럼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면 힘이 들긴 해도 좀 나을 것이다. 그런데 인생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만나기란 참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내 페이스를 내 스스로 찾아내고 나아가는 수밖에는.
오늘도 달리고, 달리면서 나아지고, 달린 후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또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의 내가 좋다. 러닝은 그 자체로 내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