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지나 별을 만나다.

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27일 차

by 박이운

25분을 걷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리는 날이다. 들뜬 마음으로 3시 30분에 일어나 수분을 보충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도로에 올라서는 순간 고질병이 고개를 들어 새우눈을 뜨고는 날 노려본다. 내 고질병은 내 안의 작은 그림자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다. 이내 25분이라는 시간이 마치 저 멀리 떠 있는 별처럼 멀어 보였다. 두려웠다. 또다시 나와의 약속을 어길까 봐, 해내지 못할까 봐, 주저앉을까 봐, '내가 그렇지 뭐'라는 습관성 혼잣말을 했던 예전의 나로 돌아갈까 봐.




1분, 3분, 5분, 10분. 1km, 2km, 3km. 하나씩, 조금씩 내가 낼 수 있는 만큼의 힘을 내서 달렸다. 시계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170 bpm의 러닝용 연주 음악에 맞춰 쉼 없이 발을 내디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폐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심장은 양 주먹을 쥐고 내 가슴을 쉬지 않고 두드리며 마치 내가 가둬놓기라도 한 듯 꺼내달라 요동친다. 옆구리엔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반도 못 온 것 같은데 멈추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발걸음마다 내 그림자는 '그만, 그만'이라고 속삭였다.




무심코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20분이나 지나있었다. 무겁기만 했던 다리에 마법처럼 힘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5분만 더 달리면 된다는 생각에 음악 비트보다 속도가 느려졌던 발걸음이 다시 리듬을 찾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덧 5분이 흘러 25분이 경과했고 플랜대로 도전을 성공한 나였지만, 그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4km를 채우고 싶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더 강한 누군가가 내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난 두려웠던 처음이 무색할 만큼 내 안의 자신감을 끌어안고 달리고 있었다.




4km를 달린 후 집까지 걸어오는 길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았음에도 밝고 화창하고 아름다웠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명씩 붙잡고 '내가 해냈어요! 정말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하고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대신 미소를 띠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내 인사가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파트 현관에 도착해 모자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벽 공기를 가슴이 터지도록 한껏 빨아들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젖어 축축했지만, 땀에 전 모습과 달리 내 안의 난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부드럽고 뽀송했다. 마치 오래된 껍질을 깨거나 허물을 벗어던지고 세상으로 나온 것처럼.


멀어 보이기만 했던, 마치 하늘의 별 같아서 잡고 싶어도 닿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것에 잠시나마 손을 대고 따스함을 느낀 것만 같았다. 작은 목표의 힘, 꾸준함의 힘인가 보다. 러닝을 하며 또 하나 배웠다.




아무리 멀어 보이고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목표일지라도 오늘처럼, 작은 발걸음부터 하나씩 내디뎌보자. 그 걸음들이 쌓이고 쌓여 날 그곳에 데려다줄 테니.


오늘도 난 어제의 나보다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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