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의 저자인 이기주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몇 년 전 대만 가던 비행기 안에서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 탓에, 그리고 품격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병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짧은 대화에서부터 긴 대화까지 수많은 말들이 오간다. 말 몇 마디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겠지만, 말 몇 마디로 그 사람의 분위기를 짐작할 순 있었다. 짤막한 대답이더라도 그 사람의 목소리와 속도, 말의 타이밍에서 묵직함이 느껴지는 환자가 있었는가 하면, 무심코 나온 단어 한마디로 멋이 사라지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내뱉는 말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과연 환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있을까란 생각으로 ‘말의 품격’ 이란 책을 읽었다.
‘격과 수준을 나타내는 한자 ‘품’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 구 자가 세 개 모여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상대의 행동을 보고도 알 수 있겠지만 결국 그 행동을 이끄는 것은 생각이며, 생각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게 마련이다. 의도한 말 몇 마디로 자신을 품위 있는 척 포장할 순 있다. 하지만 의도한 말들과 함께 평소 무심결에 나온 말들이 모이면 그 포장이 벗겨진 채 결국 나라는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게 된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나의 품격이 담겨있다는 생각으로 무겁고 소중히 내뱉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고민을 해결하려는 목적보다는 마음을 쉬게 하려는 목적으로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지속해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마주함으로써 흘러가는 우리 삶에선 끊임없이 수많은 말들이 오간다. 일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말’이 가진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품격 있는 말하기의 방법이 아닌 말이 가진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전에 읽었던 ‘말 그릇’이라는 책도 말보다는 그 사람의 생각과 그릇에 대한 책이어서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이러한 책들이 말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조금은 보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