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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사 Jun 19. 2022

북리뷰 16. 비트코인 제국주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비트코인 제국주의 - 한중섭

알라딘 중고서점에 우연찮게 발견한 책이었다. 책장 맨 아래칸에 있어서 안 보일 법도 했지만 허리 숙여 꺼내 든 보람이 있었다.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다. 2020년 급등했던 비트코인 시장 이전에 쓰여진 책으로, 지금보다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였다. 저자는 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았다. 책 뒤에 나열되어있는 reference 자료만 해도 60권에 달한다. 책 한 권을 쓰고 정보를 검증하는 뒷밤침 자료가 이렇게 방대하다는 것에 놀랐고, 역사와 현상을 바탕으로 미래의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저자의 통찰력에 한번 더 놀랐다.

투자의 방법에 대한 책은 아니다. 경제 서적이라기보단 인문학을 다룬 책이다.

'나스닥이 폭락하자 수많은 비관론자들은 닷컴 버블을 인간의 탐욕이 낳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은 위대한 유산도 남겼다. 닷컴 버블 덕분에 인터넷 관련 인프라가 순식간에 깔렸고 우수한 인재와 자본이 인터넷 산업으로 몰려들었다.'

1990년대에는 회사 뒤에 닷컴만 붙으면 주가가 고공횡진을 하는 시기였다. 닷컴 버블이 터지자 수많은 회사들이 파산하고, 투자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어마어마했다. 부정적으로 보았던 닷컴 버블은 긍정적인 면모도 있었다. 닷컴 버블로 인해 높아진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 관련 산업을 훨씬 더 발전시켰다. 그 결과 현재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의 발전 궤적은 인터넷과 상당히 유사하다. 코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거래소에 상장된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가격이 고공횡진했다. 그리고 여기서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사라질 것이다. 단순히 코인에 대한 투자 금액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아선 안된다. 코인 열풍, 코인 버블로 수많은 인재들이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으로 유입되었고, 앞으로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창조적 파괴를 야기하는 신기술이 등장하면 견고한 질서에 균열이 생긴다. 변화의 흐름을 잘 탄 소수의 영민한 사람들은 단기간에 벼락부자가 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 이러한 기회는 총 네 번 있었다. 바로 1970년대 PC,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모바일, 2010년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다.' 

이전 박경철 저자의 'W를 찾아서'란 강의와 유사한 대목이었다. 이미 비트코인은 등장한 지 14년이 되었다. 2010년도 성인이 되고 눈앞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10년이 지났다. 단순한 투기성 자산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일 수 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탈중앙화는 과거에도 실패했고 앞으로도 결코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터넷이 도입될 때 전 세계를 통합하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을 장악한 건 미국계 빅 테크 기업들이었다. 특정 국가의 영향력이 배제된 탈중앙화 된 화폐로 비트코인이 등장하였지만,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많이 가진 나라가 디지털 자산 세계를 지배할 확률이 높다. 달러의 패권이 무너지면서 비트코인이 등장하면 미국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비트코인 시장을 이용하는 현상을 보면 결코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 패권이 이동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신뢰 도약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발생한다.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이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를 불편하게 여기며 부정한다. 그러나 새로운 개념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고 지지자들이 생기면서 서서히 의심의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차가 있던 시절에 자동차의 등장은 불필요한 고철덩어리였다. '말없는 마차'로 인해 말의 운행이 방해된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없이 우리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휴대폰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삐삐가 있고, 팩스가 있는데 뭐하러 무거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냐고 했다. 아마 비트코인도 지금 이런 시기가 아닐까. 우리가 쓰는 화폐가 있고 결재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뭐하러 형체도 없는 비트코인을 사냐는 의견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5년, 10년만 지나도 이 시각은 달라질지 모른다. 비트코인 없이 결재를 어떻게 했느냐는 물음이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식이던, 부동산이던, 비트코인이던 모든 자산이 하락하는 장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던 책이었다. 저자의 필력과 지식에 다시 한번 감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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