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유튜브 '1분 과학' 영상 한 편을 보았다. 말의 중요성을 담은 3분짜리 영상이었다. 시작은 인도 이야기였다. 본인이 최근 여행 영상을 주로 봤었다는 이야기, 각 여행 유튜버들마다 인도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인도가 좋다는 여행 유튜버에게는 좋은 것만 눈에 보이고, 나쁘다고 평가하는 유튜버에게는 여행지에서 생긴 모든 일들이 불행했다. 더불어 비가 오는 날씨에 불평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날씨든 불평할 거리이고, 말하는 대로 그날의 하루가 만들어진다. 생각과 말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련된 영상 한편이었다. https://youtu.be/rad8x8p6_6g
소개한 영상은 여행 관련 영상을 보던 유튜버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람들마다 인도에 대한 평가가 다르네?"를 기점으로 유튜버의 견해가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공감과 깨달음을 주었다.
사실 인도 여행 관련 영상을 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개중에 그 순간 '말의 중요성'이란 깨달음을 느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이렇게 공유하고 전달하는 사람은 '1분 과학' 유튜버 한분이지 않을까?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은 동일할 수 있지만, 그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사람이 순간을 포착하고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다가올 시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그리고 현재에 의미를 찾으면 다가올 시간에 변화가 생긴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현재에서 과거의 일을 반추하다 보면 미래가 달라진다. 후회가 남는 과거였다면 반성으로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을 테고, 뿌듯한 과거였다면 다음에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본인의 선택이다.
지난 몇 년간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난다'는 생각을 반복해왔다. 덕분에 무심코 생긴 일도 다시 한번 '나'를 위한 의미를 찾고 있다. 그러면 상상의 나래 속에서 행복했고, 그 상상이 미래가 되었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는 권고는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번번이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성가신 인생이 또 없다. 다만 돌이켜 봤을 때,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라고 느껴진다면 지나가는 시간을 본인을 위해 포착해 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순간을 포착하고, 붙잡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개인적으로 그 힘은 글에서 나온다고 여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있는 공간, 내가 보내는 시간에 좀 더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같은 동료에게 들었던 최고의 찬사는 "같은 병원 다니는 거 맞아?"였다. 같은 전공의 생활을 하며 환자를 보고 수련을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느끼는 게 많냐는 물음이었다. 동료는 마냥 전공의 생활이 힘들고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 버겁기만 했었다. 반면에 나는 아주 가끔이지만 환자가 많아지고, 당직이 힘들 때면 또 하나의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순간의 설렘이 지나가기도 했다.
며칠 전 업로드했던 글인 "12년 전 중환자실 인턴의 귀환"도 마찬가지였다. 회진 후의 교수님과 다른 교수님의 대화를 그냥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포착하고 글로 반추하다 보니, 앞으로 맞이할 인연들을 좀 더 존중하자는 다짐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순간의 포착들이 모여 나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선순환을 일으킨다. 더 많이 깨닫고 느낄수록, 의미를 포착할 수 있는 순간들은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사소한 일들에 감사를 반복하다 보면 지금 경험하는 이 하루 자체에 감사할 수 있는 거처럼 말이다.
쓰다 보니 '글쓰기의 중요성'으로 빠졌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사색하고, 내 삶에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 또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중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