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외과의사 Jan 05. 2023

5. 2022 한 해 독서 결산

한 달에 한 권 읽기가 목표이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3년 전 인턴을 시작하곤 한 달에 한 권을 겨우 읽어냈다. 이듬해 레지던트 1년 차 때는 한 달에 네 권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2년 차를 보낸 올해는 생각지도 못한 독서량이 달성되었다. 한 해 동안 80권에 달하는 책이 내 손을 거쳐갔다. 언제 이렇게 많이 읽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날 만큼 예상보다 많은 수였다.


원래도 책에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기억해 보면 어렸을 때 방에 꽂혀있는 위인전기들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읽곤 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책 대신 학교 시험이 중요해졌고, 대학생이 되자 놀기 바빴다. 성인이 되고 책을 다시 접한 건 군대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은 부대 내에서 구경도 할 수 없는 물품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군 입대 전에 휴대폰을 잠깐 정지하거나, 없앴다. 믿지 못하겠지만 12년 전, 입대 시기만 해도 카톡 대신 문자로 소통했다. 문자를 못쓰는 휴대폰은 필요가 없었다. 한 부대에 100명이 있었지만, 싸지방(사이버 지식방)이라는 인터넷이 사용 가능한 공간의 컴퓨터는 8대밖에 없었다. 운동과 책 외에는 흥미를 둘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 공간에서조차 1년에 80권을 읽지는 않았다. 레지던트 2년 차라고 해서, 인턴, 1년 차 시절과 비교해 절대 편하진 않았다.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책은 '레버리지(Leverage)' 다.


먼저 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책은 읽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좋은 게 좋다고 가끔 나도 책을 펼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독서는 진짜 독서가 아니었다. 책 읽는 흉내일 뿐이었다. 읽고 난 후 내 손을 거쳐간 책은 밑줄 하나 없이 깨끗했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얼마 되지 않았고, 책을 삶에 적용한다는 말은 뜬구름 잡는 얘기였다.


지금은 다르다. 글을 써보니 책을 한 권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한 권 안에 필자의 경험을 녹여내야 하고, 그 안에서 습득한 느낌과 다짐, 지식 등을 풀어내야 한다. 대게 본인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분들이 그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내신다. 어느 분야에서 '대가'라고 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신 분이다. 몇십 년 이상을 직접 부딪혀 보고,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하며 알게 된 경험이 책으로 나오는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레버리지(leverage)'이다. 경제적 부채를 끌어야만 '레버리지'가 아니다. 독서를 위해 투자한 몇 시간으로 책을 집필한 필자의 몇 십 년간의 인생 경험을 끌어올 수 있다. 이렇게나 효율적인 레버리지가 또 있을까. 지금은 읽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이다.                                    

          


다독으로 독서 눈이 길러졌다.     


다독의 개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다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많이 읽으면 대충 읽을 것 같다는 느낌에 정독을 선호했다. 한 권을 무조건 다 끝마쳐야 했고, 도중에 다른 책을 펼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책의 흥미는 갈수록 떨어졌다.


지금은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만 해도 4가지이다. 출퇴근길에 읽는 책, 자기 전에 읽는 책, 카페에서 읽는 책, 주말 아침에 읽는 책. 시간과 상황에 따라 읽는 책이 다르다. 하루를 마치는 시간에는 마음공부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 출퇴근길엔 일터로 가는 길에 걸맞게 경제 관련 책을 읽는다. 카페에서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책을 시도하고, 주말에는 독서와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꺼내든다. 이러다 보면 어느 순간 독서량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다독을 하다 보면 읽는 속도의 향상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책의 핵심을 금방 찾아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진다.                                              



전자책의 활용

                                                                      

과거에는 종이책만 고집했다. 자고로 책은 종이로 보아야 한다며 꼰대 아닌 꼰대 마인드였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를 접한 후 인식이 달라졌다. 아이패드로, 휴대폰으로 보는 전자책은 꽤나 집중이 잘 되었다. 장기간 여행이라도 가는 날엔 특히나 더 유용했다. 무거운 책 대신 아이패드 하나면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관심 없던 분야더라도 친구가 서재에 넣어놓은 책은 다시 눈길이 갔다. 전자책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을 다독할 수 있었다.                                              



올해의 책 추천

                                         

단 한 권을 꼽기엔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굳이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리얼리티 트랜서핑 시리즈'이다. 심상화와 끌어당김, 영성에 눈을 뜨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람타, 네빌 고다드, 신과 나눈 이야기 등 관련 책들이 올해 읽은 책의 주를 이루었다. 이 책들 덕분에 한 해 동안 목표가 더 뚜렷해졌고, 마음 편하게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법을 터득했다.                                               


기타

                                             

글을 쓰다 군대 시절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독서 관련 소통법이다. 그 당시 있었던 여자 친구와 했던 독서 방식이 너무나 좋았다. 전화도 문자도 원활하지 않았던 특수한 상황이긴 하였지만, 우리는 가끔 책으로 소통했었다. 남과 여, 인간관계에 관련된 책을 선정하고 책을 공유했다. 서로가 읽으면서 든 생각이나,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책에 기록한 후 상대방에게 전달해 주었다. 상대방은 또 밑줄과 코멘트에 대한 코멘트를 또 남긴다. 이렇게 책을 서로 공유했다. 덕분에 대화보다 더 깊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혼자 읽는 독서보다 더 깊게 책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연인이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해보길 추천드립니다 :)


독서 sns 계정을 활용하는 방법도 책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천합니다!


https://instagram.com/healthy__writer?igshid=YmMyMTA2M2Y=




























































































매거진의 이전글 4. 건습만 운영기 "끼리끼리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