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관련된 책들에선 공통점이 있었다. 부자들은 어딘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돈은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리고 돈을 가치 있게 여길 때, 돈은 점차 복리의 형태로 다가온다. 돈을 가치 있게 여기는 방법에 대해선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했었다.
어떤 책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기만 하는 것은 돈의 흐름을 정체시키는 것이고,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길목을 막는 행위라고 했다. '돈이 없더라도 자신이 풍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돈을 써야 실제로 풍족해진다.'라는 구절을 읽곤 몇 달간 돈을 펑펑 썼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과소비에 대한 죄책감과, 돈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어쩔 수 없었다. 돈을 아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순환을 위해 돈을 쓰는 게 맞는 것인지 가치관의 혼선이 생길 때쯤 트랜서핑에서 해답을 찾았다.
돈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에 굴복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두려움은 에너지가 가장 많이 충전된 감정들 중 하나다. 돈을 잃을까 봐, 돈을 벌지 못할까 봐 두려워함으로써 인간은 가장 효과적으로, 실제로 돈이 점점 줄어드는 인생으로 옮겨지게 된다. 본인이 부족하다는 불안과 두려움은 실제로 그러한 현실을 직면하게 해 준다.
돈을 가지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은 잉여 포텐셜(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균형)로 이어진다.
세상은 항상 균형력을 맞추려고 한다. 따라서 돈을 가지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은 오히려 돈이 없는 현실로 만들어 그 둘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강한 욕망은 결국 현실의 결핍을 대변하는 감정이다. 단지 돈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부수물이며, 필요할 때 언제든 있다고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잉여 포텐셜이 창조되지 않도록 당신이 돈에 부여해 놓은 중요성을 낮추는 일이다.
하지만 돈을 가지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돈을 사랑하기란 어렵다.
돈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 대신 돈을 주의 깊게 다뤄라. 길을 걷다가 백 원짜리 동전을 발견하고도 게을러서 줍지 않는다면 당신은 돈을 가치 있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소홀하게 다루면 돈도 당신을 호의적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아껴 쓰는 것은 다르다. 돈을 '아낀다'라는 것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기저에서 출발한다. 부족하다는 인식아래 소비와 지출을 줄인다. 위에서 말했듯 스스로 돈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그에 합당한 인생 트랙으로 옮겨가게 해 준다. 반면 돈을 '소중하다'라고 여기는 것은 돈을 가치 있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경험을 위해 돈을 쓴다. 대신 떨어진 10원을 주을 줄 알며, 불필요한 지출에 돈을 아낀다. 무작정 돈을 쓰지 않고 아끼는 것은 '돈의 쓰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돈의 가치를 몰라주는데 어떻게 돈이 나에게 올 수 있을까. 돈을 쓸 곳과 아낄 곳을 아는 것이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였다.
'고스트 라이터'의 '히든 리치'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부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된 히든 리치 중에 한 부자는 직원들에게 큰 선물을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푸는 아량도 상당했다. 운전기사의 실수로 몇천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100미터 앞의 주유소 대신 기름값이 몇십 원 더 비싼 가까운 주유소를 들렸을 때는 불같이 화를 냈다. 기름값 10원, 20원 차이를 소중하게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일화가 정말 돈을 가치 있고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의 전형적인 예였다. 자신의 안전은 책임져주는 운전기사에게 베푸는 몇 천만 원의 호탕함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10원, 20원 더 싼 주유소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몇 십 원의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돈이 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평소 타던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10분만 더 일찍 일어났다면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택시비는 아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발표를 위해 차 안에서 대본을 연습하고, 컨디션 유지를 위한 택시비는 기꺼이 낼 수 있었다. 같은 금액이라도 그 가치를 판별해 쓸 때와 아낄 때를 아는 힘이 필요했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 두 번째 리얼리티 트랜서핑. 나름의 해답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독서의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