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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Apr 17. 2022

비비는 기술

비비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어느 남자가 있다. 그는 방금 자다 깬 얼굴로 눈을 비비적거리다가 감은 눈으로 냄비에 물을 올린다.


 물이 팔팔 끓자, 짜파게티를 끓여 먹는다. 비빔면과 짜파게티는 어릴 적부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 중 하나다. 여름이면, 팔도 비빔면을 야무지게 비벼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 개는 적고, 두 개는 늘 많은 비빔면. 깔끔하게 국물도 안 남고,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기 좋은 음식, 비빔라면은 참 맛있다. 


그는 비빔라면을 꽤나 야무지게 잘 비비는 편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비벼 쉽게 성공하는 상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 성공한 이에게 비벼 그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누군가의 성공에 밥숟가락을 얹어보고 싶은 마음, 결코 쉬운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하려는 간사한 마음이 그를 사로잡는다.


타인의 성공을 의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굳건히 서서 어떤 큰 풍파가와도 전봇대보다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면서도 조금 더 편하고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밭을 가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옆에서 밥 먹고 술 마셨다는 이유로 타인이 밭을 가꾸고 작물을 판매해 얻은 소득을 일부 얻고 싶어 한 것이다. 도둑놈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누군가에게 비비기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어려운 길이 었어며, 한 여름밤의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과 뻣뻣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탓인지, 그의 생각은 180도 변한다.


비빔면을 좋아한다. 그저 매콤 달콤한 비빔면에 얼음 한 주먹 넣고 야무지게 비벼 먹기를 좋아했던 그는 이제 라면 만드는 방법이 궁금해졌고, 누구보다 맛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건실한 청년 사업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자신이 개발한 맛있는 소스를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그들이 그것을 먹고 느낄 때 혀 끝에서 느끼는 짜릿함을 보았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처음엔 괴상한 맛에 흐물흐물한 질감의 면이 나올지 모르지만, 결국 꼬들꼬들하고 탱글탱글한 면을 뽑아 감칠맛 나는 비빔 소스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을지도 모른다. 


비빔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비빔소스를 개발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색감의 물감을 만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향기로운 향이 가득한 원두를 볶는다.

글로부터 위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아픔과 위로를 어디선가 힘들어할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특별히 즐기며, 좋아하는 것. 그것은 취미일지도 취미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으로 하여금 느낀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려고 할 때, 세상은 조금씩 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세상이 변하면, 당신의 세상이 변하기 시작할 것이고, 당신의 세상이 변하면, 당신 옆에 있는 세상이 그리고 우주가 변한다. 우리는 그렇게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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