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isbumpy Apr 20. 2022

사진의 이유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괜히 우울한 마음이 찾아오는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 이런 날이면, 세상과 잠시 멀어져 혼자 덩그러니 있고 싶다. 그런 하루는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버려야만 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채우려고 하다가는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릴지도 모르기에.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있나,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이런 나약한 마음을 드러내도 괜찮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이런 날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영화를 한 편 보고, 잠에 든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멍 때리다 말다 반복한다.



우연히 사진첩을 들여다본다.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나 그리고 친구들, 풍경과 음식 사진 수천 장의 사진이 핸드폰 사진첩에 보관되어 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은 사진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고작 사진 몇 장이 과거의 순간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기억이 없다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추억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과거의 한 순간을 기억함으로 그리고 이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한편에 묻어둔다. 가끔씩 사진을 통해 과거를 몰래 돌아본다. 돌아봄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누가 그러더라,

사진이란, 그 대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아니, 그것을 뛰어넘어 주머니 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것을 담는 행위라고 말이다. 그 순간을 가슴 한편에 두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시각적 요소로 기억을 더욱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말이다. 이 의견에 상당히 동의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너무나도 소중해, 매 순간 자신을 담는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또 누군가는 꽃을 다른 누군가는 기억하고 싶은 현재를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심지어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으로 그 순간을 갖는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는 말처럼, 정말 남는 것은 사진  장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  장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추억을 더욱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이유만으로 우리에겐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이는 분명 그마저도  참고 즐길  있는 이유가 된다.


찰칵.


매거진의 이전글 비비는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