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영웅이 사라졌다.
오늘도 하늘이 새파랗게 잘 보인다. 미세먼지는 없는 듯하다. 늘 그렇듯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어두고, 청소를 한다. 먼지는 도대체 어디서 만들어지는건지 의문이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장이 주책을 부린다.
주책을 주최한 주체는 바로,
<MC몽의 I love you oh thank u>
사랑한다는 말을 MC몽으로부터 배웠다. 그의 음악은 무채색이던 나의 삶에 색을 칠했다. 초등학생이던 내게, 사랑을 해 본 적 없던 나에게 사랑을 하면 이런 기분인 걸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도록 세상을 조금 더 다양한 색으로 바라보도록 영감을 불러왔다.
음악을 좋아해 늘 주머니에 엠피쓰리를 가지고 다녔다.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MC몽’을 말한다. 그의 음악은 한 소년의 마음을 구구절절 울렸다. 그의 가사는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진정한 예술품을 목격하면, 그 예술로 빠져들어가곤 하는데, 그의 음악이 나에겐 이런 예술이었다. 1박 2일에서는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던 그가 가사는 얼마나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가슴에 콕콕 박히게 쓰는지 그의 음악에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 어린 나이에 내가 무엇을 알겠나? 사랑을 모르던 어린 내게 사랑하면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가슴에 그가 내뱉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송곳처럼 심장을 콕콕 찔러댔다. 더 박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제정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랩을 알게 된 계기도 그 덕분이다. 그때 미디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일한 래퍼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힙합의 대중성이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르고, 이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에 맞대고, 평생을 사랑이란 두 글자만 쓰다가 심장은 너무 닳아 사랑을 못 느껴.’ -MC몽, ‘죽도록 사랑해’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영웅이 사라졌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던 노래를 부르던 그가 사라졌다.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그의 음악이 사라졌다.
그 이후, 어떤 노래를 들어도 가슴 깊이 파고드는 가사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노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음악의 가사와 멜로디로부터 공감을 느끼기기란 쉽지 않았다. 음악적 소양이 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을 파고드는 음악을 접하기란 정오에 별똥별 찾기와도 같았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그들의 가사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화학작용을 느끼지 못했고, 모두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멜로디가 좋아 들었던 적은 꽤 있던 듯하지만, 가사가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두 번째, 싱어의 발음이 잘 안 들린다. 몇 년 전부터 '멈블'이라고 해서 흐물흐물 말하는 게 트렌드라 그런 건지 가사를 보며 음악을 듣지 않는 이상 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현란한 연주 위에 얹어진 옹알이 같다고 해야 할까? 영어와 한국말을 무차별하게 섞으니,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더욱 난해하다. 이해하려면, 뇌를 두 번 돌려야 하니 꽤나 피곤한 일이다.
가볍게 듣기 시작해 점점 빠져들어가고 싶은데, 대부분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취하기 어렵다. 그들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파티에 가는 것처럼 알맞게 드레스코드에 맞게 옷을 입고 가야 하는 것처럼 사전에 미리 알아야 할 것이 많은 듯한 느낌이었다.
MC몽, 그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걸까? 이런 불편함을 제거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나처럼 사랑에 빠진 듯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환상을 불러오도록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말이다. 명불허전이라는 사자성어에 걸맞게 그의 음악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담백한데 재미있고, 재미있는데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고, 음악 평론가가 아니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독하게 좋다."
요즘따라 그의 음악이 너무 그립다. 그의 재치가 그립다. 그의 음악이 길거리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날이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시간은 흐르고, 이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에 맞댈 텐데, 영혼이 더 닳기 전에 그의 음악을 조금 더 많이 즐기고 싶다. 그가 그립다.
"찬바람 불 때 내게 와줄래, 지금 많이 차가운데, 이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