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기 좋은 날
슈 욱~ 탁. 휙~ 퍽. 읏~짜 홱.
그렇게 세탁기 안에 옷이 쌓여간다.
한 3 일쯤 된 것 같은데,
벌써 세탁기는 배부른 언덕 모양이다.
또 빨래하는 날이다.
분명, 엊그제 한 것 같은데 또 빨래하는 날이다.
삐빅, 띡.
물 높이를 설정하고, 시작 버튼을 꾸욱 누른다.
쪼르륵.
액체 세제 한 컵, 섬유유연제 한 컵.
쿵쿵 쾅쾅 쿠르르르릉 쿠와 아아아 앙 쎄에에에엥.
띠띡 딱.
세탁기의 고된 업무가 끝났다.
바로 가서 꺼내도 좋을 테지만,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 끔뻑끔뻑. 눈이 감긴다.
스르륵, 몸 져 눕는다. 하암.
괜찮아, 삼십 분만 있다가 꺼내서 널어보자.
괘... 괜...ㅊ.. 찮... 아... 쿨쿨..... 드르렁 컹컹..
쩝쩝.
잠들었다. 역시 봄만큼 낮잠 자기 좋은 계절은 또 없지.
이런, 한 시간 동안 빨래를 세탁기 안에 방치했다.
괜찮다.
잘 숙성된 고기가 맛있는 것처럼
옷들도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듬뿍 머금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향기롭겠구나. 호호호.
끼익. 킁킁킁.
세탁기를 열고, 옷 냄새부터 맡는다.
덜 마른 냄새가 난다면, 과감하게 다시 돌려야 한다.
꿉꿉한 냄새는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훠이훠이.
다행이다.
잘 절여졌다. 호호.
스멜스 쏘굿.
빨래를 널어 본다. 기분이 좋다.
예상한 대로, 건조대에 딱 꽉 찰 만큼 빨았기 때문이다.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하하하.
오늘은 영상 9도,
봄이라 부르기에 알맞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드르륵 탁.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집으로 들어온다.
바람은 빨래를 지나, 좋은 향기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다우니는 냄새가 참 좋다.
이러니 기분이 다운될 리 없지.
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뭐가 문제야 썸띵.
빨래는 언제나 귀찮은데,
막상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