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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r 02. 2022

소문나기 전에 빨리 마셔요.

새벽 공기

새벽의 공기는 다른 시간의 공기와 사뭇 다르다.


새벽의 공기는 갓 짜낸 우유를 마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신선하고, 시원하고, 담백하고, 청량하다. 새벽은 자물쇠가 잠긴 선물 같아서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여기서 비밀번호는 의지력을 의미한다. 새벽은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과 다르게 단잠을 깨트릴 각오와 의지로 누구나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나에게 새벽은 꽤나 무거운 의지력을 요구한다. 아침잠은 어찌나 맛있는지  어떤 음식보다 다채롭고 풍미가 가득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구성된 음식을 선보이는 오마카세에 방문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꿈과 가장 가까운 달콤한 잠이라 그런 건지, 놓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오늘은 이 달콤한 잠을 나중에 먹기로 한다. 더 먹다가는 나도 모로는 사이 치아가 다 썩어 문드러져 치과에 자주 가야 할 것 같은 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나의 하루가 조금 더 길었으면, 조금 더 풍부했으면 그리고 하루라는 시간의 농도가 조금 더 진해지기를 바라며 새벽 공기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새벽 공기는 다른 시간의 공기와 사뭇 다르다.

새벽 하늘은 다른 시간의 하늘과 사뭇 다르다.

새벽 마음은 다른 시간의 마음과 사뭇 다르다.


몇 시간 뒤면, 세상이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시간이 다가온다.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거친 숨이 공기 중을 뒤덮는다. 그들의 들숨 날숨 그리고 한숨이 섞인 공기. 새벽엔 아직 사람들의 거친 숨이 아닌, 우직한 나무들이 밤새 만들어낸 신선한 공기를 즐길 수 있다. 마셔본 사람만이 아는 시원함과 강력한 중독성 이는 분명, 달콤한 잠을 포기하고 얻은 자의 특권이다.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꽤나 즐겁고, 값진 일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 신선한 공기를 가장 먼저 들이키는 것이다. 이 공기를 마시고, 얻은 좋은 에너지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 마음만으로도 내 하루는 이미 꽤 만족스럽다. 오늘의 공기는 다른 날보다 더 신선하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의 하루에 글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나의 하루가 어제보다 조금 더 신선하기를 바라며,

나의 하루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가기를 바라며,

나의 하루가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우리의 하루가 어제보다 오늘을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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