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땅속에서 단잠을 자던 생명들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계절, 봄.
봄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선물한다. 때로는 이 설렘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설렘은 언제나 나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니, 그 끝이 어떻든 기분 좋은 설렘은 한 마리 나비처럼 내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앉는다.
우리 집엔 창문이 많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단 번에 알아차리기 좋은 구조다. 오늘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이름 모를 그녀가 두고 간 선물 같은 하늘을 모른 채 할 수 없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를 반복한다. 나가고 싶지만, 특별한 용건도 없고, 막상 나가면 귀찮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나를 침대로 이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나갈까 말까. 나갈까 말까.”
...
이대로 시간은 흐른다.
이대로 하늘을 놓친다.
이대로 오늘이 저문다.
그렇게 내버려 아무것도 못 한 채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언제나 내 하루가 밝았으면 한다.
...
“움.. 무엇을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 달리기를 해야겠다. 오늘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까지만 달려보자. 집 앞으로 나오자 눈 부신 햇살이 온 세상을 한 품에 안은 것처럼 따뜻하게 내리쬔다. 평소엔 무대의 주인공만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모두에게 비치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날이다. 모든 이들의 드라마가 따뜻한 빛으로 물든다.
“역시, 오늘을 집에서 흘러 보냈다면, 분명 아쉬움이 가득했으리라. 아니, 아쉬움조차 느끼지 못했으리라.”
태양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니,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달리기에 적절한 장소는 아니지만, 왠지 저곳에 도착하면,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분, 가볍게 툭 툭 달린다. 태양이 순식간에 저물어간다. 재빠르게 달려본다. 아니, 헉헉 달린다.
“허헉허헉허헉.. 헤엑헤엑헤엑... “
그렇게 남산을 오른다. 태양이 영업을 종료하기 전에 도착해야만 한다.
“태양 이모, 샤따 내리지 마...! 나 거의 다 왔어! 헉헉.. 헉헉..”
마침내 해가 저물기 바로 전, 타워 앞에 도착한다. 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철퍼덕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하늘은 저물 때까지도 이렇게 맑구나. 오늘을 이렇게 꾸준하게 유지했구나. 고생이다 하늘아. 맑고 투명한 오늘을 보여줘서 내 탁한 마음이 덕분에 조금은 정화된 것 같아. 고마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내 신장의 3배 이상 높은 장대 위에 카메라가 달려있다. 카메라는 남산타워를 촬영 중이다. 멋진 장비나 장난감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 편인데, 지갑에 구멍이 뚫린 주제 또 사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누군가 세상에 밑 빠진 독과 닮은 물건이 있냐고 묻는다면, 내 통장이라고 말하리라."
중년의 남성이 열심히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각도를 조정하고 있다. 호기심에 그에게 말을 건넸고, 잠시 대화를 나눈다.
“선생님, 저 카메라 거치대는 얼마나 늘어나요? 여의봉 같아요.. 멋있다..”
“네, 저거 꽤 많이 늘어나요. 하하, 사진 하시는 분인가 보네요?”
“아뇨, 사진영상을 좋아해서 혼자 공부하고 있어요. 허허”
“아, 그렇군요. 학생은 아닌 거 같고, 직장인이군요?”
“네, 맞아요. 저는 사진은 주로 다루지 않지만, 글을 쓰고 있어요. 작은 움직임이긴 한데,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끄적끄적 글을 모아가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단순히 글로만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다양한 매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글 쓰는 분이군요. 그럼, 사진으로 글을 써 보는 건 어때요? 하하하, 젊으니까, 뭐든 해도 좋으실 거예요! 지금은 독학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워낙 정보가 많아서.. 허허"
……(사진으로 글을 쓴다라...)
머리를 띵 하고, 울리는 한 마디였다. 사진으로 글을 쓴다라.. 사람들에게 사진으로 시선을 공유 한다라.. 아직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다. 확실한 형체는 없지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이던 글이던 영상이던 진심을 담아 그를 표현하고, 그때 내가 사유한 감정과 순간을 공유하는 것.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이 담긴 작품을 전달할 때, 어떤 도구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아닌,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가치를 담아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전달하는 매체 또는 기술력이 중요한 게 아닌, 핵심이 중요한 것이다.
정통파가 언제나 먹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투박하지만, 늘 솔직하게 핵심을 파고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