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배민 알바를 하던 그녀.
집에 돌아오는 길, 집 앞 대로변에서 배달의 민족 아르바이트를 하던 초등학생을 만났다. 사실, 지나가다가 그녀를 몇 번 봤었다. 눈에 띄게 작은 체구에 헬맷과 배달 가방을 메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던 그녀를 보고도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그냥 용돈 벌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두 번째엔 저 친구는 무슨 사정이 있길래 밤늦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가며, 음식을 배달하는 걸까?라고 중얼거렸고, 세 번째에는,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돈이 없다는 말을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가 멋져 보였고, 한 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저 친구가 현재 어떤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먼발치에서 응원하는 마음을 보낸다.
주변을 돌아보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이 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꺄르륵 웃고, 뛰어노는 것을 택한 것이 아닌, 그가 직면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이들. 그리고 그 최선이 습관이 되어 일찍 철들어버린 이들이 있다. 저 아이도 그렇게 일찍 철든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 한 편이 먹먹하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나이에 비해 일찍 철들어버린 이들 모두를 응원한다. 그들이 짊어진 마음의 짐이 버틸만한 무게이기를 그리고 그 무게가 매일 조금씩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그리고 내 무게도 가벼워 지기를 바라며.
비 오는 날 배달하던 어린 소녀가 비 오지 않는 날 환하게 웃으며 뛰어놀 수 있도록, 내일은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