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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r 11. 2022

만약, 사랑하는 이와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면,

기록의 필요성

시간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계속 앞으로 굴러간다. 문득 사진첩을 훑어보다가 공허함을 느낀다. 아이클라우드 사진첩엔 5,000장이 넘는 사진이 있고, 그 속에 나를 비롯한 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가족을 제외한 이들이 가득하다. 가족을 제외한 이들이. 가족.

매일 보던 사람이라서, 익숙한 사람이라서, 편한 사람이라서, 사진을 찍으면 남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라는 핑계를 댄다. 시간은 흐르고, 그들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은 사진과 영상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두 눈과 그 순간을 기억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착각한다.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 피어오르는지도 모르고.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내 사진첩에 없다.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카메라를 들어 자주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한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더 많은 추억을 함께하기 위해.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우리의 기억은 거짓말 같아서 스스로를 속이고, 한 장면을 마음대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우리 인간의 생각은 오징어보다도 유연하고, 때로는 강철보다도 뻣뻣하다. 제멋대로 바뀌기도 하며, 한 번 그렇다고 기억한 것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조금 더 명확하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기록해야 만한다. 기억해야만 한다. 그리고 되돌아보며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만한다.



지금 당신의 휴대폰엔 어떤 사진이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는가? 



당신 휴대폰 속에 웃고 있는 그들은 혹은 그 멋진 장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혹여나처럼 부모님의 사진이 몇 장 저장되어 있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기록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조금씩, 그렇게 조금씩 기록하다 보면 두꺼운 앨범 한 권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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