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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r 18. 2022

전역 후 노가다에 뛰어든 이유

새벽 다섯 시 반, 매일 같이 공사장을 나갔어.

6월 전역을 하고, 대학에 복학하기 전 막일 판에 뛰어들었다. 노가다는 그 어떤 일보다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이며, 언제든 일하고 그만둘 수 있다는 장점이 좋았다.


매일 아침 여섯 시까지 인력사무소로 출근을 한다. 인력은 어르신들과 외국인 노동자가 주된 자원이었다. 새벽부터 옹기종기 모여,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부어 마시는 사람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체가 없는 날에는 공치고 돌아가는 할아버지들. 그럴 때면, ‘내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건가?’라는 미안한 마음이 종종 든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나는 힘쓰는 일에 주로 팔려나갔다.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 오후 네시까지 일한다. 퇴근하면, 몸에서 땀냄새가 가득하고, 벽돌과 유리는 어찌나 무거운지, 늘 먼지와 모래가 가득한 현장이다. 


그래도 군대에서 작업한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니 못할 것도 없었다. 이만큼 군대가 주는 메시지는 컸던 것 같다.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다.



하루 벌어 11~15만 원 사이의 급여를 받았다. 그중 만원은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23살의 청년에겐 꽤 쏠쏠한 금액이다. 복학하기 전까지 파트타이머로 어느 업장에서 일하기에는 정해진 시간과 약소한 금액이 아쉬웠다. 사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 막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매일같이 공사 현장을 맴돌았고, 그곳에서 만난 인부들과 대화하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그들의 삶과 철학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각자만의 방식과 노하우로 맡은 과업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꽤 멋져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늘 자신의 분야에 자신감이 넘쳤다. 



때로는,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이 무거운 벽돌을 아무렇지 않게 등에 지고 높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볼 때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 가까이 노가다 판에 매일같이 출근했다. 돈은 모으지 못했다. 버는 족족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당장의 행복을 구매하는데 진심을 다했으니 말이다. 돈은 모으지 못했지만, 대신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일머리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거친 노가다 현장에서 강한 남자들과 한솥밥을 먹고 지내니, 꽤 눈치도 빨라지고 일률도 오른 듯하다. 


종종 그때가 떠오른다. 비록, 흙먼지가 날리는 지저분한 현장이지만,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비가 온다던데,

오늘도 그들은 퇴근하고,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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