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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r 28. 2022

친구는 일 년에 한 번 보면, 자주 보는 거라던데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 그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난리부르스를 떨며, 잘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은 스무 살이 되자,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른 나이에 취직을 하고, 누군가는 일찍 군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누군가는 타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간다. 그렇게 각자 길을 걸어간다. 고등학교 시절엔 의무적으로 매일 보던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위해 나아간다. 


오랜만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가 결혼한다며, 밥을 사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녀의 결혼 소식은 1년 전부터 들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 청첩장을 받고 식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사실에 '참, 우리도 많이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감정이 문뜩 찾아와, 가슴을 툭툭 친다. 예전처럼 가볍게 "치킨 먹으러 가자."라는 말이 아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려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꽤나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친구에게 받은 청첩장

"나는 아직 어린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어른이 되었구나."


이제 정말 자주 보면, 일 년에 한 번인데도 불구하고, 어제 본 것 같은 편안함이 따뜻한 공기로 바뀌어 주변을 감싸고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겉모습과 행동은 제법 우아한 어른이 된 듯하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여전히 어릴 적 그 코찔찔이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그들의 과거를 알고, 그들이 내 과거를 알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나의 한 편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 학창 시절에 대한 또렷한 기억이 없다. 나의 기억은 그에게 없고, 그의 기억은 내게 없다. 그래서 하나 둘 서로의 기억을 꺼내다 보면, 땅 속 깊숙하게 묻어두었던, 보물 상자를 여는 오묘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기억을 회상하고, 되돌아보며 “아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넘긴다. 대부분의 역사는 흑색에 가깝지만, 여전히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테이블이 즐겁기만 하다. 카페 테이블이 마치 교실 책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장소만 다르지, 우리는 어른의 모습을 한 그저 한낱 코 찔찔이에 불과하다.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떠들던 기억,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 부리나케 급식실로 달려가던 기억,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천 원 걸고 공 튀기며 놀던 기억. 과거의 여러 순간이 추억이 되어 사무친다.


기억이라는 원석은 워낙 투박한 모양이라 추억으로 바뀌려면, 꽤 복잡한 편집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평소 같으면 원석을 추억으로 만드는 과정에 기억의 뒷모습까지는 보지 못 했더라면, 그들과 함께 기억을 나눔으로써 추억은 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처럼 한 페이지를 기억했다면, 기억을 나눔으로써 추억이라는 동영상을 갖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축제인 결혼식이 열리는 날, 우리는 또 각자 다른 기억을 갖게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고 이를 나눔으로써 즐거운 추억으로 하하호호 웃지 않을까 싶다. 친구란, 함께 기억을 나눌 수 있는 기쁨과 같은 듯하다. 그날의 축제가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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