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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y 16. 2022

나는 내가 잘해서 잘된 줄 알았지

오만한 생각

사실, 최근 들어 마음이 많이 급해졌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정글에서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갈고닦는 중이었다. 이런 내게 국가에서는 실업급여라는 이름으로 생존 스킬을 갈고닦을 수 있는 금전 및 기간적 여유를 선물해주었다. 이제 곧, 이 방패막은 사라진다. 하지만, 나를 급하게 만든 것은 이 방패가 사라지는 순간 때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 주 전, 가족행사로 친가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고모들과 차 한 잔 했다. 그때, 대화의 주제는 고모들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른들과 편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터라, 고모들과 대화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 친한 누나들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과 관점을 공유했고, 꽤나 멋진 아이디어들이 속속 튀어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내가 던진 오만한 한 마디였다. 이 말 한마디가 스스로를 잡아먹었다.


"고모, 저는 지금 직장 밖으로 나와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탐색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하나도 불안하지 않아요." 분명,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에게 내 말은 굉장히 오만한 말이었다. 그리고 고모는 내 말을 듣곤 이렇게 말했다.


"균아, 그건 지금 부모님이 정정하셔서 그래. 그리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정도로 금전적으로 여유도 있고, 직업적으로 위치도 있으니 너는 너밖에 신경 쓸 대상이 없단다. 그러니, 넌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는 거야. 참 감사한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러울만한 일이기도 하지."


그때 머릿속이 "... 띵..."하고 울렸다. 


맞다. 사실, 부모님이 모두 건강하시고, 문제없이 경제활동을 잘하고 계시니 나는 나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무엇으로 도전해도 좋다는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도전이 무섭지 않은 것이다. 여유와 악착같지 않음은 분명, 부모님이 내게 준 선물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능력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한 것이다. 만남 이후로부터 미래를 걱정하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진 듯하다. 마음의 엑셀을 평소보다 강하게 밟다 보니, 지나치고 놓치는 것이 많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꿈을 팔고 싶은 사람인데 말이다. 아니, 꿈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이 꿈을 나누고 싶은 생각도 분명,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나의 유산일 것이다. 혼자 스스로 해낸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오만해지지 말자. 겸손하자. 내가 잘해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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