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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May 19. 2022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다는 것

요즘, 내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내게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간절하지 않았던 터라 버젓이 내게 다가온 기회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는 소중하다. 멋진 영상을 만들기 위해선 카메라를 제외한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렌즈, 김벌, 액션캠, 삼각대, 드론 등 아직 보유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다양한 시선을 위한 영상 장비는 종류가 많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부분 고가다. 그래서 이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가방이 필요했다.


계속해서 필요한 물품을 새것으로 마련하기엔 한정적인 잔고가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당근마켓에서 ‘카메라 가방’을 검색했고, 우연히 집 근처에서 저렴하게 카메라 가방을 판매하는 분과 연결이 되었다. 그도 MBTI가 P인지, 우리의 만남은 굉장히 쉽게 부서졌다. 그렇게 두 번의 만남 실패 이후, 마지막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답장이 와 오후 5시에 그의 집 앞에서 보기로 약속했다.

아파트로 오라고 했는데, 아파트는 산 꼭대기에 있었다. 그는 내가 차량을 타고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땀을 흘리며 올라오는 나를 마주했을 때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인사하고, 물건을 확인하는데, 웬걸.. 가방이 작다. 검색해본 제품은 분명 사이즈가 컸는데, 이놈은 노트북이 들어가기 애매한 사이즈다. 그래서 그에게 쭈뼛쭈뼛 구매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다. 


내 말을 듣고 그는, 집에 가방이 수없이 많다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그의 뒤를 따랐고, 집에 들어가니 그는 누가 봐도 베테랑 사진작가였다. 집에 7개 가까이 되는 카메라 가방을 보유하고 있었고, 내게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커다란 가방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탐났지만, 어림짐작으로 가방의 금액은 얼추 20만 원이 훌쩍 넘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 거래는 불가능이라고 판단되었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죄송하지만, 제가 이 가방을 구매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예산이 초과될 것이 분명하고, 더 좋은 금액에 넘기실 수 있는 구매자에게 판매해주세요.” 라며 말을 전했다.


그것은 새 가방이었고, 그는 집에 있던 아들을 불러 이 제품의 금액을 검색해보라고 했다. “최저가 500,000원” … 그렇게 잠깐 침묵이 흘렀고, 나는 곧장 돌아가 보겠다고 말을 전했다. 그러던 그는 내게 사정을 물었고,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고민 후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원래 팔려고 했던 이 작은놈이라도 가져가세요. 어차피 재미로 올린 겁니다.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 


그렇게 그의 집에서 이 카메라 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는 내게 영상작업이 있으면, 외주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순간 두려운 마음에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아직 꿈나무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는, “괜찮아요. 실력만 있으면 씁니다.”라고 말을 전한다. “… 내가 그 정도로 실력이 있나?..”


“…. 가방도 무료로 주고, 일도 주겠다고? 도대체 왜? …”


요새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긴다.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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