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엠비타이이는 그만.
마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창가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성벽 위로 흔들리 거리는 초록 나뭇잎을 바라보며 잠시 멍 때리기도 좋은 공간, 북카페에 들렀다. 우연히 발견한 이곳에서 홀로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숨겨진 핫플레이스 같은 좋은 공간. 이렇게 또 좋은 공간을 하나 찾았다.
가만히 앉아 책을 30분쯤 읽었을까? 한 커플이 들어와 내 뒤편에 앉는다. 그들의 사이는 꽤나 가까운 친구 사이 같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발성이 워낙에 좋은 커플인지라 귓가에 꽂아 놓은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을 깨고,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상적인 이야기 그리고 MBTI에 대한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다. 엿듣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롤러코스터 같아.
그때, 귓가에 정확히 들려온 한마디, "너는 ESFJ라 그러는 거야!".
으, 도대체 왜 사람을 엠비타이아로 정의하는 것인지, 왜 그 결과로 사람 행동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엠비티아이는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성격 검사 유형일 뿐인데, 과몰입하는 이들을 보면 가끔 불편하다. 물론, 서로를 가볍게 알아가는데 좋은 장치라는 사실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처음부터 그 엠비티아이로 정해져 있으며, 어떤 행동의 이유가 그러한 엠비티아이 타입이라는 이야기는 듣기 거북하다.
나의 MBTI는 ENTP다. 물론, 이 타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나의 타입을 알고, 이를 탐구하는 행위는 분명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며, 여러 검사 지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 결과가 아닌가?
그러니, 엠비티아이의 결과가 ENTP라서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이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ENTP라는 면모가 있다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하나의 규정된 인간으로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닌,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나는 ENTP에 가까운 사람인 것이다.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타입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한 발 더 다가간다면, 어떤 MBTI이기 때문에 특정 행동을 한다고 확정 짓는 것은 그 사람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하나의 '가스 라이팅'이 아닐까? 재미 삼아 묻고, 공통분모를 찾아 서로 가까워지는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교의 도구겠지만, 과도한 몰입은 때론 사람을 피곤하게 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