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isbumpy May 25. 2022

비 오는 날

신호

계절이 바뀔 때면 항상 비가 내렸다. 비는 마치 어떤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늘 변화의 순간을 알렸다.


지난 며칠 간,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이른 여름을 느끼기에 충분한 강렬함이었다. 그래서 어디론가 이동할 때면, 등줄기에 땀 몇 방울이 쪼르륵 흐르는 찝찝함을 느끼곤 했다. 그럴 때면, "아, 비가 와야 할 텐데, 곧 비가 올 때가 된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리며, 비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 기도가 통했는지 드디어 오늘, 비가 온다.


"... 비야, 시원하게 쏟아져라. 세상의 모든 어둠을 씻어버릴 정도로 시원하게 쏟아져라..."


우산을 들어도 어깨가 젖고, 바지가 젖어 물 방울이 온몸에 다 튀고, 앞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나의 계절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는 신호다. 지금 이 순간이 변화하는 중이라고. 비가 그치고 난 다음 날 그림 같은 하늘과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바람을 온전히 느끼게 해 주려고,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일들이 마냥 어둡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비가 내린다는 것은 계절이 바뀐다는 신호이니까.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증거이니까. 다음날 맑은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비가 내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비는 언제나 그렇듯,

어떤 변화의 신호탄처럼 내리곤 한다.


오늘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아하니, 내일은 그 어떤 날보다 맑은 하늘과 선명한 구름을 볼 수 있겠다.


"비야, 시원하게 쏟아져주라. 걱정이 모두 휩쓸려 나갈 정도로 시원하게."



https://youtu.be/6ryHudZSzCA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도 MBTI를 물어보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