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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Nov 02. 2022

글을 쓴다는 것

갑자기 사람들이 주변에서 멀어지고, 미친놈으로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며 객기를 부렸다.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던 한 사람이 갑자기 메모장 무언가 휘갈겨 쓰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글이 누군가에겐 감성적인 글로, 진부한 글로, 솔직 담백한 글로, 멋진 글로, 부담스러운 글로 느껴졌을 테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아닌, 그저,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연습, 반복되는 연습. 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얻는 부끄러움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부끄러움이 불편함에서 의연함으로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라며, 계속되는 연습에 연습을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후로부터 세상이 전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 후각, 촉각, 시각, 청각, 미각 오감은 전보다 더 예민해지고, 세밀하게 무언가를 느끼며 전보다 다양한 각도로 대상을 바라본다. 어떤 음악으로 영감을 받던 수준이 3에서 10으로 확 올라간 것처럼.


이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직선으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바라보고, 앉아서도 바라본다. 때로는, 그 대상이 되어 자신을 돌아본다. 그렇게 감각은 점차 예민해지고, 표현은 세밀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상을 음미하는 것과 같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없겠지. 이런 삶을 처음부터 살았다면, 피곤함에 찌들어 머리카락은 이미 없거나 소복이 쌓인 눈처럼 새하얀 색으로 물 들었을 테니. 오감으로 대상을 느끼고, 감각이 예민해지면 전보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훈련에 훈련, 거듭되는 연습을 통해 대상을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고, 관찰하는 연습을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발견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기쁨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기쁜 순간을 먼저 발견한다.


글을 쓰다 보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점점 더 선명해진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내 것이 딱 보인다. 마치, 저 멀리 수많은 사람들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단 번에 찾아내는 것처럼. 꽤 멋진 일이다. 행복은 꿈이고,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부끄럽게, 행복은 언제든 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 사실을 몸소 느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영원히 알지 못했을지도.


글을 쓴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곧 죽어도 적힌 글은 영원히 기록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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