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색을 생각하며 15분 동안 산책해보자. 산책하는 동안 주변의 자연과 사물에서 그 색을 발견할 수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하고 그 경험에 대해 15분 동안 적어보라.
세상이 가지고 있는 색깔은 무엇일까?
어느 여름날 글쓰기 모임에서 받은 과제이다. 다른 미션과는 달리 색다르다고 생각하며 새벽 5시반 얼른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늘 가던 산책공원을 향했다. 초록색 향연이 가득한 초여름 속에 초록빛이 나날이 만발한 여기서 나는 파란색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상속에서 파란색 찾기라고 볼수 있다.
과연 초록색 숲에서 파란색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시작” 하면서 말이다. 아침에 운동하시는 분들이 보였다. 남자분들 옷차림에서 우선 찾을 수 있었다. 파란색 바지, 파란색 모자, 파란색 운동화, 파란색 양말, 손장갑 밑바닥도 파란색이다. 그때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네이비 색깔이 가장 잘 어울리셔서 계절마다 네이비 윗옷이 있으시고 운동화, 속옷 런닝도 네이비가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두 번째 발견은 가로등과 놀이터에서였다. 늘 무심코 지나치턴 가로등이 청록빛깔 아니 파란색이라고 말하고 싶은 색깔로 공원 곳곳이 서 있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첫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네의 지지대가 파란색이었다. 그네 타는 입구 안전바도 역시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공원속에서 멀리서 놀이터를 바라보아도 그네지지대가 또렷이 보였다.
세 번째 발견은 마지막 바퀴를 돌 때 돌맹이 조차도 내 눈에 파란색으로 보였다. 원래 회색빛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새벽아침 나무그늘 속에서 돌맹이의 색깔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파란색 같았다. 나의 상상력인지 인지력인진 색깔의 마법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 같았다.
네 번째 발견은 파란색 버스와 파란색 표지판들이었다. 공원이 도로한가운데 있다 보니 걸으면서 버스도 보이고 버스 표지판, 심지어 횡단보도에 아이와 어른 그리고 자전거가 함께 그려진 표지판 조차도 파란색 바탕에 흰글씨였다.
파란색 찾아보기는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모든 것들을 발견하고 내 옆에 늘 있었던 것들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다. 평소 작은 것 하나하나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본다는 것은 힘들다. 작가 혹은 예술가들의 시선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 까지 캐치하는 것보면 다양한 시각으로 깊게 혹은 멀리 볼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길을 걷거나 무심한 일상 속에서도 한 가지 색깔 찾아보기는 무덤덤해진 물건과 풍경을 촘촘하게 마음속까지 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