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작가 Nov 24. 2020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던 하루

말캉말캉한 일상

출처 :unsplash
2020년 11월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고 있는데 당신의 안부는 궁금해진다. 코로나의 퍼짐은 영화‘부산행’에서 좀비들이 바깥에 가득한 느낌이다.     



얼마 전 대학교에서 오전 강의를 끝내고 오후 강의를 기다리면서 두유를 마셨다. 학생들도 점심시간이라서 교실에 가방만 놔두고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다. 안전을 위해서 교실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마스크를 내리고 두유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 문자가 도착해서 보았더니 우리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4명이나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조교선생님한테 상황을 확인받아야 할 거 같아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중이었다. 교실에 2-3명 학생은 재빨리 모형이라도 뽑으려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은 오후 1시 이후 모든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돌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집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0대학교 콜은 당분간 안 받아야겠어. 우리도 코로나 걸리면 2주 동안 영업정지라 밥 못 벌어먹고 살지




우선 학생들에게도 집으로 가라고 통보하고 교실 마무리를 하고 마주친 학과장 교수님과 조교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책과 실습 가운을 얼른 챙기고 나섰다. 집과 대학교는 다른 지방이었기에 얼른 기차표를 예약하고 택시를 불러서 학교를 나갔다. 택시도 한참 후에 학교 건물 앞으로 왔었는데 기사님도 “ 00대학교 콜은 당분간 안 받아야겠어. 우리도 코로나 걸리면 2주 동안 영업정지라 밥 못 벌어먹고 살지”라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나는 기차역까지 잘 타고 나왔지만 앞으로 다른 학생들은 어떡할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꼭 코로나를 피해서 도망치는 한 사람 같았다.



학교 수업이 실습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전 반과 오후반 진도가 정말 달라지는 것도 안타까웠고 학기말까지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것도 너무 아쉬웠다. 온라인으로 알려주기에는 “다 끝나지 않았는데”라는 말만 맴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pixabay

마스크를 더 단단히 하고 가족들에게도 알렸다. 집에 두 아기들과 함께 계신 부모님, 그리고 회사에서 늦은 약속이 있다는 남편에게 전화했다. “지금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서 집으로 가고 있어. 다행히 우리 학과 학생은 아니야” 연령이 높으신 부모님은 최대한 나랑 만나지 않고 동생 집으로 가기로 했고, 아기들과 신랑은 나랑 같이 있기로 결정했다. 신랑도 약속을 취소하고 모든 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나와 비슷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신랑이 먼저 들어가서 부모님 챙기고 나는 그 후에 들어갔다. 텅 빈 거실을 가로질러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뿌리는 소독제로 가방과 옷들도 뿌렸다. 화장실에 나가기 직전에 부모님과 남편은 밖으로 나갔고 나는 샤워가운을 걸친 채 혼자 남겨진 막내 아기를 안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어제 코로나 소식이 떴다면 학교를 안 갔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다음날에도 확진자가 6명 더해졌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도 우리 학교 코로나 확진이 오르락 거렸다. 수많은 학교 중에서 하필 우리 학교였을까! 학교에서는 당분간 모든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문자가 온다. ‘00pc 방’ 다녀 간 학생들도 검사받으라고 한다. 우리 학과 학생들도 남학생들이 많아서 분명히 오고 갔을 텐데. 학생들도 걱정되고 나도 내 가족도 걱정된다. ‘마스크를 열심히 썼었는데 별일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학교 문자를 기다리고 네이버로 자꾸 검색도 해본다. 박진감 넘쳤던 하루라고 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충분히 지쳤던 것 같다. 


출처: pixabay

뉴스에서는 수년간 임용고시 준비했던 사람들이 시험 하루 전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못 친다고 한다. 우리 과 학생들도 2주 후에 국가고시 시험 쳐야 하는데 아무 일 없길 바랄 뿐이다.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다 코 로나에 안전한지 별일 없는지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이 가지고 있는 색깔 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