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캉말캉한 일상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3년을 만나고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 날이 4년이 지났다. 그동안 직장 때문에 타지에서 둘이 의지해가면서 생활했다. 그 사이 두 명의 아이도 낳아서 키우고 있다. 좋은 날들도 많았지만 사소한 일에서부터 싸우는 날도 많아졌다. 특히 2번의 임신을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불편한 날 나는 더 예민해져 있었고 신랑은 쌓였던 분노를 종종 표출하였다. 한 공간에서 늘 함께 지내다 보면 안 싸우는 게 더 큰 문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싸움의 빈도와 강도가 커갈수록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회의감도 종종 들었다.
싸움의 소재는 사소한 집안일 미루기부터 시댁에 가기 싫어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신혼 때야 둘이서 싸우면 되지만 요즘은 첫째 아이가 옆에서 울기도 하고 “아빠” “엄마”하고 부르면 급기야 말리는 지경까지 되었다. 특히 둘째 아기를 임신했을 때 태아에게 스트레스가 전해질까 무척 걱정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부부싸움을 잘 할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큰 소리가 나면 그냥 밤이건 낮이건 따뜻한 겉옷을 챙겨 입으며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후다닥 나온다. 그래야 주고받는 말들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면 산책하고 걸으면 좋겠지만 임신했을 때나 밤이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집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는 게 좋다. 거기서 차 한잔 마시면서 sns를 본다거나 폰 게임을 한다거나 유튜브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진정된다. 좋아하는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 은근히 기분도 좋아진다. 그렇게 한두 시간 보내고 난 뒤 편의점에서 아이와 아이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 1-2개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가면 아이는 티브이 보다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신랑도 내가 부탁해놓은 일을 해놓거나 치킨을 시켜놓기도 한다.
신랑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 풀고 오라고 내보내 주었다고는 하지만 서로 거기서 멈추는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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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았던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았기에 현명한 다툼의 대처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싸우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오래도록 같이 살 수 있는지 판가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바뀌지 않지만 서로 이해하는 마음은 융통성을 발휘해볼 수도 있다. 상대방의 변화를 바라지 말고 나의 말과 행동을 좀 더 점검해보고 바꾸어본다면 스스로의 기분이라도 좋아서라도 큰 다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생긴 이 부부의 싸움법은 언제 또 바뀔지 모르겠지만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른 것보다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좋은 궁합이자 인생의 중요한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