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캉말캉한 일상
복단일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30대 초반까지 확실치 않는 미래와 어수선한 마음 때문에 사주를 보러 많이 다녔다. 친구들이나 아는 지인이 좋다고 하는 점집은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었다. 지금은 가톨릭 종교를 가지면서 거의 자제 하거나 믿지 않는 편으로 가고 있다. 호기심을 가진 습관이 한 번에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는 지금의 남편인 신랑이 남자친구였을 때 결혼하고 싶은 날이 있어 철학관에 간 김에 물어보았다. “12월 12일 저희가 결혼하고 싶은 날인데 괜찮을까요?” 그랬더니 책을 찾아보던 철학관 할아버지께서 대답하시길 “ 그날이 올해 복단일이네. 절대 이날은 피하고 다른 날 골라봐. 그리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복단일이라고 찾아보고 중요한 날은 피하렴”
실제로 그날 결혼한 지인 2커플 중 한 커플은 벌써 이혼하기도 했다. 다른 점집 아줌마도 복단일에는 집밖을 안 나간다는 말을 듣고 나에게는 복단일이 종교의 주일처럼 특이한 날이 되버렸다. 복단일은 한 달에 적게는 3번 많게는 5번 정도 있다. 그래서 이 날 만큼은 약속도 되도록 잡지 않고 밖에 나갈 일이 있거나 학교 수업이 있을 때는 특히 말 조심 행동조심 등을 한다. 나 또한 친정어머니와 심하게 싸운 날이 복단일이었는데 엄마와 화해하는데 3달이 걸린 적도 있었다.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이상한 징크스처럼 되어버린 복단일을 잘 이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 날은 뭔가 끊기 좋은날이었다. 인연, 젖, 계약파기 등등 “옳거니!! 뭔가 버리고 비우기 좋은 날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복단일은 나에게 버리고 비우기 즉 대청소하는 날로 정하였다. 태어난지 두 달된 막내가 입지 못하는 옷들부터 시작해서 가방 안에 쓰레기, 안 읽는 책, 옷 등을 정리하면서 하루 종일 찾는다. 심지어 그 전날부터 정리하고 버릴 것들을 찾으면서 복단일에 버리기 시작했다.
매일 자기 전 혹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정리하고 평소에 깨끗이 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더 좋겠지만 평소 구석구석 물건들을 점검하기엔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늘 부족하다. 주말마다 대청소하는 가정들도 많지만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우리집 같은 곳은 치우면 어질러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일상이라 주말이라도 쉬고 싶어하는 남편이 있는 집은 “또 어질러질텐데 나중에 치우자”는 소리를 들으면서 청소조차 눈치가 보이게 된다.
‘복단일 징크스’를 가졌으니 기왕이면 버리고 비우는 것도 좋은 날로 잡아보자. ‘손 없는 날’에 이사하거나 결혼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날에 헤어진다면 나와의 인연이 다한 물건들이 ‘좋은 곳에 재활용되거나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주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누군가에게는 큰 싸움, 큰 상처, 실망, 파기에 해당하는 날이라면 나에게는 깨끗한 공간을 만드는 날이 된다는 것 너무 멋지지 않은가!!! 특이한 징크스를 잘 이용하여 행운을 만나는 연습으로 만들어보자. 비둘기 날리면 늘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겼었다면 운동하면서 늘 만나는 흰 비둘기에게 이름을 붙여보고 인사해보는 것도 좋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