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7)]
게으른 엄마아빠는 하노이에서 태어난 하빈이 출생신고도 한 달 꽉 채운 날에 하고, 여권은 5개월이 지나서 만들게 되었다. 한국과 다르게 필요한 서류도 많고 대사관까지 가기 귀찮다는 핑계.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권사진이 필요하다. 호기심 많고 이곳저곳 둘러볼 목과 허리힘이 생긴 하빈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카메라만 보면 웃어대는 스마일보이.
저녁에 남편이 오면 우당탕탕 놀고 저녁 먹고 재우느라 사진 찍는 걸 까먹으면서 몇 주가 또 지났다.
혼자서 호기롭게 도전. 몇십 장 찍고 내일을 기약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메이드언니가 저녁 늦게까지 있는 날, 사정을 설명하고 메이드언니가 하빈이를 잡고 내가 찍었다. 30장 정도 찍었을까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하필 백일사진을 찍고 배냇머리를 밀어버린 하빈이. 여권사진에 시원한 빡빡이의 모습이 담기게 되었다. 그래도 요즘 한국 어플이 잘되어있어서 어플로 사진을 편집하니 그럴듯한 여권사진이 완성되었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인터넷으로 인화를 신청하여 택배로 다음날 받을 수 있겠지만, 여긴 베트남.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현지 포토카피샵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흐린 주말, 구글지도를 보며 도착한 포토카피샵. 대학가 제본집느낌으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번 쓱 훑어보니 베트남의 카카오톡인 잘로로 자료나 사진을 보내면 인쇄 및 인화를 해주었다.
나도 바로 하빈이 여권 사진을 보냈고, 사이즈와 필요한 장수를 이야기하니 바로 편집하더니 사진이 나왔다. 인화된 사진 8장을 가위로 쓱쓱 자르는 사장님. 내가 얼마냐고 물으니 35,000동(한화 약 1800원)이란다. 찾아온 보람이 있는 가격. 이럴 때마다 베트남에 살고 있다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단시간만에 여권사진을 인화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서 집에 오다가 길가에서 끝물인 딸기를 발견. 하빈이가 우리에게 오기 전, 하노이에서 5시간 정도 걸리는 딸기가 유명한 지역에 다녀왔던 게 생각나서 6만 동(한화 약 3천 원)에 한팩을 사들고 왔다.
미션클리어. 올해 마지막 새콤달콤 딸기를 먹으며 서류 마무리를 했다.
여권도 만들었으니
그렇게 부지런한 엄마아빠는 아니지만
같이 넓은 세상 여기저기 다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