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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베리 Apr 25. 2023

누구 엄마, 누구 어머님 아직 어색한 호칭

[육아해우소(11)]

# 나 이제 누구 엄마가 되어버렸어


뿌연 하늘, 흩뿌리는 비, 더웠다 추웠다 바뀌는 날씨, 탁한 공기. 이 모든 것은 하노이 여름이 오기 전 5개월 동안을 설명한다. 2017년 하노이에 왔을 때 처음 겪었던 하노이의 겨울을 잊을 수 없다. 우울의 극치를 달리는 날씨.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자칫하다간 우울의 늪에 빠질 수 있는 날씨.

날씨에 영향을 받아 기분이 오락가락해 버리는 나약한 나의 신체와 멘탈이 미워지는 날씨.


바깥이 보이지 않는 하노이의 뿌연겨울

육아하는 중에 안간힘을 써서 이 날씨에 이겨보려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냥 쉬어가자. 발버둥 치지 말고 받아들이자.

육아는 쉴틈이 없지만, 내게 주어진 개인시간에도 억지로 짜내서 뭐라도 하려고 하던 나였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놓아버렸다. 그랬더니 몸은 쉬는데 머리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걱정에 걱정이 쌓이고. 애꿎은 메이드언니에게 하소연했다. 요즘 머릿속은 온통 하빈이 생각.

하빈이는 아주 잘하고 있는데 왜 엄마인 나는 초조하고 걱정이 많을까.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 육아동지들을 만났다. 나보다 10개월 정도 앞선 육아선배들. 나와 같은 길을 걸어와봤기 때문에 나의 심정을 정말 잘 알아준다. 그냥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가 된다. 걸어 다니는 아기들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고, 잡으러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서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통성명도 안 하고. 누구 엄마라고 소개만 했네요.

우리 진짜 엄마가 됐나 봐요 “

“임신했을 땐 상상도 못 한 일이에요. 엄마가 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웃고 위로를 받는다.

6년 넘게 하노이에서 생활하며 사람 만나는 게 조심스러워진 나. 하지만 하빈이를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조금씩 만들어갈 것이다.

엄마가 더 씩씩해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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