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 (12)]
베트남은 공휴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신정, 구정, 흥황/해방기념일+노동절, 독립기념일 이 정도. 크리스마스도 빨간 날이 아니다.
작년 10월 세상밖으로 나온 하빈이. 베트남에서 제일 긴 공휴일인 첫 설날을 맞이했다. 백일을 며칠 앞둔 하빈이와 남편 그리고 나, 일주일 황금 같은 연휴를 집에서 보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훌쩍 커버린 6개월 하빈이. 잠도 그때보다 잘 자고, 수유텀도 4시간으로 늘었고, 먹고 놀고 자고 패턴이 정확해졌기 때문에 지난 연휴와 비교해서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메이드언니의 일주일 부재와 이유식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휴 되기 2주 전부터 이가 나는지 부쩍 간지러워하면서 앞니 두 개가 뿅 하고 하얗게 올라온 하빈이.
아빠가 5일 동안 쉰다는 걸 안 건지 밤에 이가 간지러워 깨는 횟수가 늘었다. 일어났다가 다시 자긴 했지만 교대로 달래며 밤잠을 설쳤다. 둘이서 밥을 해먹기도 하고 배달음식도 먹기도 하고 하빈이 이유식도 먹이고 놀아주고 목욕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갔다. 나는 그동안 메이드언니에게 맡겨놓았던 집안을 둘러보면서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보여서 이리저리 치우느라 좀 지치기도 했는데, 남편은 일을 쉬고 하빈이를 하루종일 본다고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래서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힘내서 하루를 보냈다.
신생아 때부터 4개월 동안 하빈이 목욕담당이었던 남편은 메이드언니에게 그 일을 넘겨주었고, 오랜만에 하빈이 목욕을 시켜주었다. 편안하게 물장구도 치고 앉아서 놀기도 하고 아빠표 마사지도 받고.
나는 며칠 무리했더니 몸이 쑤셨다. 산후관리 마사지 횟수가 남아있어 남편찬스로 마사지를 불렀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는데 조용한 두 남자.
방에 갔더니 하빈이 침대에서 둘이서 꼭 끌어안고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집에서만 보내기 아까운 연휴. 유모차를 끌고 가까운 쇼핑몰에 가서 외식 도전!
하빈이가 우리 맘 편히 밥 먹으라고 잔 덕분에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집안일에 아기케어에 지금보다 더 힘들었겠지. 그래도 하루 몇 시간이라도 도와주는 메이드언니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연휴였다.
우리는 창밖에 동그란 달을 보며 5일간의 행복한 연휴를 마무리했다. 같이 달 보며 웃는 그 순간이 행복이지. 행복이 별 건가.
똑같이 돌아가는 하루 같지만 하빈이는 성장통을 겪으며 하루하루 커가고 나에게는 새로운 미션이 계속 주어진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루하루 똑같이 돌아가는 지겨운 하루가 될지.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달라지는 걸 느끼고 즐기는 하루가 될지.
그건 엄마인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