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 (17)]
엄마아빠침대 옆 범퍼침대에서 자던 하빈이.
5개월부터 혼자 등 대고 누워 자는 법을 터득하고 안정적인 밤시간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이앓이 때문에 힘든 기간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또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나의 뒤척임 소리에 하빈이가 깬다는 느낌을 받았고, 작은 칭얼거림에 내가 깨면 하빈이도 깨는 느낌. 그래서 6개월 중반에 들어서고 고민을 하다 방 분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낮잠 밤잠 상관없이 혼자 자는 법을 알기 때문에 무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결심한 즉시 실행에 옮겼다.
분리한 첫날, 방온도를 체크한다고 여러 번 들락거렸지만 깨지 않고 쭉 잘 자던 하빈이.
새벽에 갑자기 자다 깨다 깊이 자지 못했고, 결국 몇 시간 같이 누워서 잤다. 다음날 아침, 하빈이가 미열이 났고 나도 몸이 좋지 않았다. 원인은 에어컨 바람에 있었고, 급하게 에어컨 바람막이도 샀지만 그래도 몸에 바람이 직접 닿는 느낌이라 결국 침대 위치를 바꿔버렸다.
아기는 6개월이 지나면 엄마에게 받은 면역이 끝나고 자가면역을 형성해야 해서 두 돌까지는 많이 아프다고 한다. 7개월을 조금 앞두고 하빈이는 코감기를 경험했다. 엄마인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걱정되고 무서웠다.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고 콧물이 목으로 내려가면서 가래기침을 하는 하빈이.
결국 일요일에 여는 한인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약을 타왔다. 하지만 그다음 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하빈이가 활동하지도 웃지도 않고 열이 났다. 당장 하빈이를 출산했던 큰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코에만 약간 염증이 있고 목은 괜찮아서 약 잘 먹고 코만 잘 빼주면 된다고. 내가 무서워서 코를 조금밖에 못 뺐다고 하니 첫째냐고. 엄마가 강해야 한다고. 쭉쭉 많이 빼주라고. 뽀빠이 흉내를 내며 힘을 주는 의사 선생님. 콧물 녹여주는 약을 넣고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리고 진동 콧물 흡입기로 쭉~~
하빈이가 싫다며 울었지만 남편과 나는 점점 콧물 빼기의 달인이 되었다. 그 덕분에 하빈이는 그다음 날부터 좋아지기 시작했고, 한두 번 정도만 살짝 깼다가 밤잠을 푹 잤다. 처방약을 5일 정도 먹고 콧물을 잘 빼주니 가래만 조금 남고 원래 컨디션을 찾았다. 처음 겪는 감기에 아빠도 엄마도 허둥지둥했고 걱정의 나날이었다. 심지어 나도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그런데 아기는 아프면 쑥 큰다는 옛말이 있다.
하빈이가 감기를 겪으며 통잠이 시작되나 했더니 진짜 진정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저녁 7시 취침에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 기상. 하빈이 방에 설치한 캠으로 밤잠 자는 걸 보니 깨지 않고 잘 때도 있었고, 살짝 깨서 잉~ 거리다가 혼자 다시 잠들 때도 있고, 앙~ 울면 좀 기다렸다가 가서 토닥토닥 몇 번만 하면 잘 때도 있었지만, 확실히 수면의 질과 양이 달라졌다.
분리수면과 온습도 조절 그리고 이유식 먹는 양과 활동량. 모든 조건들이 잘 맞아서 통잠이 온 건지 놀라울 따름. 나름 잘잔다고 했지만 같은 방, 다른 침대에서 잘 때는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
우리 부부는 만 7개월 만에 안방에서 두 다리 쭉 뻗고 꿀잠을 자고 있는 중이다. 편안한 잠자리가 이렇게 소중하고 행복할 줄이야.
하빈이 잠을 위해 생후 50일 이후부터 수만 가지 방법을 적용해 왔던 남편과 나. 같이도 자보고 따로도 자보고, 나름의 기준으로 수면교육도 시켜보고
공간도 계속 바꾸고 에어컨 온도조절, 가습기로 습도조절. 모유, 분유, 이유식 시간과 양 조절.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끈질긴 엄마로 인해 세 가족이 꿀잠을 얻게 되었다.
내가 하는 대로 지켜봐 주고 내 의견도 들어주고 협조해 준 남편에게도 고맙다.
아기는 크면서 계속 바뀌지만 그때그때 또 변화를 주고 같이 노력해 보면 엄마아빠와 아기 다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조건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 말고 앞으로도 방법을 찾아봐야지. 이 모든 건 이렇게 하면 하빈이도 잘 따라와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성장하느라 힘든 하빈이 옆에서
엄마도 아빠도 같이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