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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베리 Aug 23. 2023

이제 세면대가 너무 작아요

[육아해우소(25)]


# 아빠표 세면대목욕의 역사


하빈이 신생아 때부터 대변 뒤처리를 할 때마다 남편은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씻겨주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욕조에 물 받아 목욕시킬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세면대를 종종 이용하곤 했다. 하빈이가 세면대에서 편안하게 아빠한테 몸을 맡기고 누워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세면대가 안방인 것처럼 누워서 목욕을 즐기는 모습.물을 섬세하게 끼얹는 남편의 큰손.

한참을 둘이서 소통하며 세면대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던 나는 깔깔깔. 하하하.


하빈이가 점점 커가면서 욕조목욕을 졸업하고, 샤워핸들에 서서하는 샤워를 하고 있는 요즘.

남편은 이유식 먹고 하빈이 얼굴 좀 닦아달라고 내가 부탁하면 한참을 세면대에 서서 하빈이가 물놀이하게끔 해 주었다.


나는 닦기 바쁘고 뒤처리하기 바빠 챙겨주지 못한 하빈이의 욕구를 채워주는 남편.

하빈이가 태어나고 나서 난 남편이 섬세한 사람인 걸 알았다. 다정하고 배려심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을 알아차리는 그런 사람이었다니.

하빈이도 아빠가 자기가 원하는 걸 캐치해서 해주는 걸 아는 것도 같고.

신생아 시절 넉넉하던 세면대
이제 꽉 차는 세면대ㅎㅎ

그러던 며칠 전.

일찍 퇴근한 남편이 저녁이유식을 먹이고 하빈이 얼굴과 손을 씻겨주던 중이었다. 세면대에 졸졸 흐르는 물로 놀아주다가 이제 닦으려고 하니 하빈이가 울며 짜증 냈다. 요즘 자기 의사표현과 자기주장이 강해진 하빈이. 물로 더 놀고 싶다는 표현임을 감지한 남편은 세면대 목욕을 오랜만에 오픈했다.

근데 세면대가 너무 작아졌다.

이제 앉을 수 있는 하빈이에게는 너무 작은 세면대.

하지만 하빈이는 물을 손으로 참방거리며 신나서 한참 놀았다. 새삼 하빈이가 많이 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세면대목욕. 둘 다 웃통을 벗고 세면대에서 노는 모습이 웃기고 사랑스러웠다.


이제 10개월을 앞두고 있는 하빈이와 함께 서로의 다른 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

어떤 기분인지 뭘 원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섬세한 손길로 목욕해 주는 남편의 커다란 손.

하빈이 케어하다 보면 해야 할 일에 치여 이런 감정들과 모습들을 못 보고 지나칠 때도 많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이쁜 말과 행동들이 안 나오기도 하고. ‘나’의 감정과 힘듦에 빠지지 말고 서로 상처안주고 안 받게 이쁜 말을 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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