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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베리 Aug 04. 2024

쌍무지개 만난 날

[육아해우소 (41)]


# 그냥 행복하면 되는 것


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노이 여름.

지금 사는 집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다되어간다.

탁 트인 전망에 반해 들어온 우리 집.

큰 무지개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쌍무지개를 만났다.

출퇴근시간 교통체증이 심한 하노이에서 남편은 해가 지고 들어오곤 하는데, 남편이 해가 지기 전 들어온 날 두 번이나 우리는 셋이서 무지개를 봤다.


처음 큰 무지개를 봤을 때는 내가 발견했다.

한참을 셋이서 무지개를 바라보며 하빈이에게 ‘알록달록 무지개야’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얼마뒤, 일찍 퇴근해서 서재방에서 일하던 남편이 무지개가 떴다고 뛰어나왔다.

하빈이랑 씨름하던 나는 시큰둥해있다가 무지개를 보고 감탄을 했다. 자세히 보니 무지개가 두 개였다. 점점 진해지는 무지개를 보니 확실히 쌍무지개였다.

 

우리는 한참을 서서 무지개를 봤다.

단순 자연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행운이나 희망을 상징한다는 쌍무지개.

무지개를 보는 이 순간이 행복이다 싶었다.


얼마 전

남편과 대화시간을 가지다 눈물을 훔쳤다.

‘왜 행복을 굳이 찾아야 하고 노력해야 하냐고 그냥 행복하면 안 되냐고.

나는 지금이 그냥 행복하고 소중하다.

나를 선택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

남편이 말했다.


나는 불만도 생기도 짜증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말에 또 한 번 반성되는 나였다.


별일 없는 일상이 주는 고마움.

거기서 느낄 수 있는 행복.

무지개같이 특별하게 한 번씩 찾아오는 행운, 행복도 좋지만 일상의 행복을 진심으로 느끼는 것.


어떻게 보면 엄청 쉽고
어떻게 보면 엄청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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