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앞두면 보이는 것들

[육아 해우소(65)]

by 스트로베리


# 일상 속 감사함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반짝반짝 빛날 때가 있다.

끝을 알 때. 이별을 앞두고 있을 때. 마무리할 때.

지금이 그렇다.


매일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 묻던 현지인 이모, 할머니, 아이들.

임산부라며 덕담 한 마디씩 더 보태주시고 직접 만든 음식에 과일까지 챙겨주신다.

하빈이 등원길에 탄 단지 순환버스에서는 만삭 임산부가 서 있는 걸 보지 못해 양보하는 감사한 이웃들.

배달을 시켜도 무거운 거 들지 말라며 챙겨주고, 단골 치킨집에서는 최근 서비스를 많이 준다.


며칠 전 36주 차 막달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연말이라 북새통인 병원에서 한국어 통역직원이 바빠서 자리를 비웠다.

담당의사 선생님, 백신센터 의사 선생님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과 통역 없이 편하게 진료받고 있는 내가 새삼 놀라웠다.

아, 이렇게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졌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노이는 나의 두 번째 터전이 되었다. 만 9년 간 열심히 꾸준히 살아온 내가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는 알아채지 못했을 그런 감정들이 이별을 앞두고 있으니 보인다.


실없는 소리 하며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지인들.

매일 웃으며 인사하는 이웃들.

제일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내가 힘들어하며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까지 붙잡고 있던 인연.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별은 처음에 받아들일 때는 감정적으로 힘들지만 그 감정이 정리가 되고 나면 모든 것들이 이성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제 정리를 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좋았던 기억, 사람들은 간직하고

나를 힘들고 괴롭게 했던 기억, 사람들은 정리하고

남은 하노이 생활을 하려 한다.


예쁜 말, 좋은 말을 해도 모자란 이 소중한 시간을 잘 느끼고 보내고 가고 싶다.

그래야 하빈이와 곧 태어날 둘째에게 ‘잘하는 ‘ 엄마는 아니더라도 ‘단단한’ 엄마 그리고 씩씩하고 믿음직한 와이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또 찾아온 연말.

올해도 잘 살았다.


건강하게 만나자 둘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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