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생활했었더랜다.

매일 김치로 그릇을 닦고 그 물을 마셨다.

by 규빈

어렸을 적 스님과 함께 지낸 시간이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500배를 하고, 발우공양을 위해 김치로 그릇을 닦은 뒤 그 물을 마시던 일

마당에 핀 작은 꽃을 감상하고, 돌들이 떠돌지 않도록 쓸어 모았던 기억들

이 경험들은 계속 나를 만들어 왔다.


명옥헌 원림


이후, 어머니의 지도 덕분인지

마침 집 앞에 있는 서예 학원에서 붓글씨를 배우고,

방 건너 누나의 가야금 연주를 들었다.

이렇듯 나의 학창 시절에 동양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런 환경은 내가 동양 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데 영향을 끼쳤다.


대학 진학 후엔 평소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중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특히나 매력있었다.

한때는 모더니즘 건축에 경도되어

안도 다다오의 건축만 쫓아다니기도 했지만,

현업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우리 전통 공간이 지닌 가치가 자꾸 눈에 밟혔다.

그럴 때마다 왜 나는 나아가지 못하고 고리타분한 전통에 머무는 걸까,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던 적도 있었다. 물론 너무 어린 생각이었다.


명화의 정원_안도 다다오


그렇게 전통에 대한 마음을 품은 채

자연 속 타운하우스를 시행 및 시공하는 회사에서 공간을 디자인하고,

건축 재료에 옻칠과 킨츠기 같은 전통 기법을 접목해 작품을 만들었다.

퇴근 후엔 대학원에 다니며 석사 논문으로 한옥과 웰니스를 연관 지어 치유를 위한 공간을 연구했다.

돌이켜보면, 마음 한 켠에 품어 놓은 전통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시기였다.


건설 현장에서 버려진 폐타일에 옻칠과 킨츠기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은 한옥의 누정을 본격적으로 아카이빙하고자 유튜브에 프롤로그 영상을 업로드했다.

한옥의 누정엔 여전히 선조들의 미의식이 담긴 시가 걸려 있고,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한옥과 웰니스 그리고 한국의 미의식을 앞으로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담아가려 한다.

전통 공간의 현대화가 조화롭기를 바라고 있다.


(아래는 유튜브 프롤로그 영상)


https://youtu.be/ZgDdfgNXT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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