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이렇게 정의했다.
(전 편에 이어)
나는 공간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품은 채 여러 건축물을 견학하며 공간 디자인 관련 서적에서 수많은 공간을 보았다.
단어 자체만 보면, ‘공간(空間)’은 한자어, ‘디자인(Design)’은 영어로 이 정도는 흔히 알려져 있다.
공간은 주로 ‘비어 있는 사이’를 뜻하는 감성적,
디자인은 주로 ‘계획하다’, ‘그리다’의 이성적 의미를 지닌다.
동양은 도가사상 등의 영향을 받아 정신적이고 비가시적인 세계를 중시해 왔고,
서양은 산업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수치화와 이성적 기획을 더 중시해 왔다.
이처럼 개념의 뿌리부터 다른 두 단어는 학문, 예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건설 현장을 거치며 공간 디자인이란 결국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확인했다.
예전의 전통 건축은 거주하거나 자연을 감상하는 등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의 가치는 주로 ‘값’으로 매겨진다.
그래서일까, 환상적 공간을 꿈꾸는 디자이너일수록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치밀한 구조와 계획, 즉 이성의 언어에 더욱 능숙해야 한다.
더 나아가 SNS의 확산으로 공간의 가치가 점차 속도와 시각적 헤게모니에 지배되고,
사람들은 공간 안에서의 감각을 기억하기보다는 사진 속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우리의 공간 경험은 감각이 아닌 이미지로 치환되고, 옛날 사진을 꺼내봐야 비로소 그때를 느끼곤 한다.
나 역시 산업화 이후에 태어나 SNS 속 공간 이미지들에 익숙했고,
‘좋은 공간’이란 결국 사진이 잘 남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진정 사진으로만 대체되는 공간 경험이 좋은 공간일 수 있을까?
이러한 불안감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나에게 계속 반복되었고,
결국 내가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에 대한 태도 자체를 되돌아보게 했다.
공간이 전하는 포근한 촉감이나 특정 냄새, 공간을 울리는 소리, •••
사람은 보통 어떤 공간을 경험하면서 그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지각(知覺)한다.
우리가 공간에서 느낀 감각은 결국 우리의 기억을 구성하고, 그 기억은 다시 삶의 일부가 되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나는 공간 디자인을 나름 이렇게 정의하게 되었다.
‘신체를 통해 감각하고 그 감각을 통해 좋은 기억을 만들어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