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추억이 되는 공간
학부 시절, 나는 산업디자인과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래피티(Graffiti)
낙서 같던 그림이 공간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고,
뱅크시처럼 한 아티스트의 서사가
그 위에 덧입혀지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 무렵부터 무작정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고,
좋은 기회로 K-CON 공연 가수 DEAN(딘)의 VCR 영상 속 그래피티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그린 그림이 수만 명의 관객 앞 스크린에 펼쳐지고, 그 반응이 환호로 되돌아오던 그 순간.
낙서 그림이 공간을 뒤흔드는 감각으로 돌아오던
그 경험은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도 경이로웠다.
그날 이후, 나는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첫 직장에서 뮤직 페스티벌과 콘서트의 무대 디자이너가 되었다.
공연을 경험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1년 중
가장 귀한 하루를 내어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 감동을 만드는 backstage엔 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계획과 설계, 현장 감리,
야근과 철야가 반복되면서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갔고, 하루 이틀이면 쓰레기로 버려질 작업물들에 괜히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잊지 못할 추억에 동참하겠다’는
나름의 사명감도 어느새 조금씩 흐릿해졌고,
달빛이 밝던 어느 퇴근길,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공간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