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기 Jan 19. 2019

바다거북과 함께 바다로 Taiwan travel 3

바다거북이와 헤엄치다.

파도치는 곳을 향해 가다 보니
바다거북이 기다리고 있고
지금
바다거북과 헤엄치는 꿈을 꾸고 있다.

집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아 못 먹던 아침을 대만에서는 거의 매일을 먹었다. 나에게 대만 음식이 너무 잘 맞았다. 딱히 향신료를 기피하지 않는 나여서 웬만한 나라에 가서도 다 잘 먹었다. 유일하게 중국의 단동에서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첫날부터 어제까지 기본적으로 1만 보를 걸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은 뒤에도 또다시 걸어야 했다. 이곳에서도 타이베이와 마찬가지로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는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섬의 전체를 이루는 암반이 전부 산소 화석이었고 과거의 산호초로 뒤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곳저곳 산호의 화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짧은 산행을 마치고 스쿠터를 빌리기 위해 마을로 내려왔다. 스쿠터는 일반적인 스쿠터가 아닌 전기 스쿠터였다. 그러나 나는 타자마자 왼쪽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브레이크를 잡아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이 까지고 신발도 슬리퍼라 발 부분도 상처를 입었다. 피가 많이 났을 뿐, '약 바르면 낫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교수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셨지만 교수님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나를 많이 걱정해주셨다. 교수님과 다니면서 부상을 갖고 있었거나 당했던 기억들을 되살려 보면 이번 부상은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다. 아직 바다에 들어가기 전이고 피가 많이 나는데 나는 감염보다 상어를 걱정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바다거북을 보기 위해 바닷속으로 갈 생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치료 후 나를 포함한 모두가 바다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모두들 내가 바다에 들어갈까? 안 들어갈까?라는 주제로 내기를 하고 계셨다. 그러나 역시 모두들 나를 너무 잘 아셔서 내가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우리는 바다에 들어가기 전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하기 위하여 대여하는 장소에 왔다. 스노클링은 처음 하는 것이라 옷 입는 것부터 하나하나 어색하기만 했다. 장비를 갖춘 후, 바다로 들어가니 다쳐도 어느 정도 위험 감수를 하고 들어갈 만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다거북과 헤엄치는 꿈을 꾸기만 했는데 대만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2019년 01월 02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바다거북 (Green sea turtle, Chelonia mydas)
2019년 01월 02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스노클링을 한 후 모두와 photo by 어린이 과학동아

바다거북을 1시간 정도 본 후 다시 숙소로 향했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오기 전, 돈이 부족해서 가장 싼 3만 원짜리 고프로를 구입하여 촬영하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많은 사진은 아니더라도 몇몇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바다거북을 내 눈 앞에서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앞으로 내가 살면서 이렇게 가까이 야생 바다거북을 볼 날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섬에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하였으나 나는 숙소에 남아서 쉬었다. 치료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에 여지가 없었다. 


숙소에 남아있고 무료하니 이번 여행에 온 사람들 중 가장 어린 시윤이에게 내 여행 사진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들고 밖에 나가서 시윤이에게 여태껏 아무에게 공개하지 않은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곳에 눌러사는 고양이가 내 쪽으로 오더니 내 노트북을 차지해 버렸다. 몇 번이고 고양이가 앉지 못하게 노력하였으나 내가 백기를 들었다. 나도 신기했지만 옆에 계시던 신혜 시윤이 어머님께서도 신기해하셨는지 빠르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망할 귀여운 고양이 덕분에 나머지 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2019년 01월 02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내 노트북에 올라온 고양이 photo by 황경민

섬을 둘러보고 온 분들은 오자마자 휴식을 취했다. 나는 나가질 않아서 그런지 여행을 다닌 날 중 이날이 가장 여유로웠다. 저녁 식사 후 아니나 다를까 또 탐사를 갔다. 작은 못에서 개구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래도 다쳤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사리려 했으나 그것도 잠시 습지를 보니 개구리를 보고자 하는 마음에 그러리 못했다. 밤에 온도도 18도 정도 되는데 여기는 현재 겨울이라 그런지 개구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습지 쪽으로 내려가니 개구리가 나를 피해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잠깐 봤지만 나는 단번에 Fejevarya속의 개구리라는 것을 알았다. 중국과 홍콩에서 보고 대만에서도 보니 반가웠다. 그리고 결국 찾아서 사진으로 남겼다. 

2019년 01월 02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Fejevarya limnocharis

야간 탐사를 마친 후, 류추향 섬 (Liuqiu island)에서의 마지막 밤을 고량주와 Taiwan Beer 그리고 파파야와 함께 보냈다. 술을 한창 마시고 있을 때 어린 친구들인 재윤이와 신혜, 원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새벽같이 바다거북을 보러 간다고 했고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어느 정도 술을 마셨기에 그냥 잔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분명 Ming-Feng도 많이 마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누군가를 불렀다. 원재가 내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Ming-Feng은 문을 열고 나를 깨우라고 원재에게 말했다. Ming-Feng에 말을 듣자마자 원재는 내 방문을 벌컥 열었다. 방문을 여니 그 안 보이던 햇살이 원망스럽게 더 감고 싶은 내 눈에 비췄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난 나는 다시 해안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바다거북을 눈에 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썰물일 때라 아주 멀리서 바다거북을 봐야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바다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2019년 01월 03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여유를 즐기는 나 photo by 김신혜

여유로운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이제 떠나야 했다. 아름다웠던 류추향 섬 (Liuqiu island). 한국에 돌아와 사진으로만 봐도 아직도 나는 바다거북과 헤엄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하여 배를 타고 다시 항구로 향했다. 우리가 이동하여 하루를 보낼 장소는 Shan-ping Forest이다. 항구에서 우리를 태우고 갈 기사와 차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해외에 오면 우리나라 음식은 안 먹으려 노력하지만 우리나라 라면을 보니 너무 먹고 싶어서 어쩔 수 라면을 사서 먹었다. 그리고 Shan-ping Forest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컵라면 하나를 더 샀다. 밥을 다 먹고 난 후, 우리를 4일 동안 안내해줄 기사분들과 차가 왔다. 기사는 다름 아닌 Ming-Feng에 학교 후배였다. 일반적인 기사를 고용하면 값이 비싸기 때문에 Ming-Feng이 부탁해서 오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을 뒤로한 채 차에 올라 약 2시간에 걸쳐 Shan-ping Forest로 향했다.

2019년 01월 03일 류추향 섬 (Liuqiu island) 왼쪽 브로콜리 바위,  오른쪽  섬에서 봤었던 Hemidactylus bowringii
류추향 섬 (Liuqiu island)에서 머물렀던 숙소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거북의 섬 Taiwan travel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