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기 Jul 22. 2019

마지막 수원청개구리 연구

사라져 가는 연구자들 그리고 사라져 가는 소리


깽~깽~깽~깽~깽~깽~깽~깽
깽~깽~깽~깽~깽
깽~깽~깽

사라지는 소리들
그리고 환한 불빛으로 울려 퍼지는
승리자의 소리들

2015년 8월 연구실에 와서 처음으로 만나고 공부했던 종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였다. 학부생일 때부터 지난 4년간 수원청개구리의 구별법과 모니터링 방법을 배워왔다. 2019년 나는 졸업도 앞두고 있고 이화여대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실험실에 오고 2016년에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들을 Amael과 같이 둘러보며 다녔다. 그리고 그다음 해부터는 일부만 다녔다. 3년 또는 4년이 지난 2019년이 되어서 나는 다시 한번 전국에서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들을 조사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몇 년간 실험실에서 수원청개구리를 구별할 수 있는 연구원들이 있었으나 2019년이 되어서는 나와 Amael만이 남았다.


수원청개구리 연구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손상호 선생님을 시작으로 김현태 선생님, 유상홍 선생님 그리고 서울대학교, 강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수원청개구리를 기록하고 연구하였다. 최근 7년 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장이권 교수님을 중심으로 Amael과 그 외 학생들이 수원청개구리의 생태와 분포 그리고 행동 등의 기초적인 연구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었다.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정책 제안 등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수원청개구리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수원청개구리의 숫자가 줄어들면 연구자라도 많아야 하는데 연구진들도 꾸준하게 줄었다. 아마도 현재 국내에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를 구별할 수 있는 분들은 약 20명 정도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20대 학생은 3~5명 정도 남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4월부터 6월까지 수원청개구리의 개체수 조사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암컷을 제외한 수컷의 울음소리만 세는 것이다. 물론 청개구리처럼 많은 개체수가 노래를 한다면 셀 수가 없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는 충분히 셀 수 있을 정도로 노래한다. 지난 7년 간 이 조사를 대를 이어서 하고 있다. 올해는 추가적으로 파주에 위치한 DMZ 지역 부근을 조사하였다. 겉보기에는 굉장히 깨끗하였다. 그리고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뜸부기까지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로와 농약이다. 폭이 넓은 콘크리트 수로는 여러 양서류들이 갇혀 죽기도 하고 서식지 파편화 현상까지 불러일으킨다. 농약에 사용은 그곳에 있는 곤충과 다른 생물들을 모두 죽이고 산다 해도 살아남은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들에게 2차적인 피해를 입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판단된다.

2019년 5월 파주 DMZ 부근 추가 조사지역

파주 지역은 안타까운 면과 너무나 소중한 장면들이 함께 공존했다. 안타까운 면은 비닐하우스, 콘크리트 수로가 늘어나며 서울 인근 지역이라 끊임없이 개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파주에 한 지역에서 손으로 직접 모를 심고 잡초를 제거하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물론 그 논에는 수원청개구리가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었다. 논이라는 곳이 사유지이고 농민들에게 재산이기 때문에 그린벨트와 같은 지역으로 묶이면 경제적 큰 타격을 입으실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당장 내일이라도 수원청개구리 보전을 위해 논을 지켜줬으면 한다.


아산과 평택 지역은 수원청개구리들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다. 그러나 넓게 논으로 뒤덮인 곳은 땅이 평평하여 개발하기가 정말 쉽다. 평택 지역에는 수원청개구리의 유일한 semi-nature habitat 있었지만 골프장 개발로 없어졌다. 지속적인 개발과 황소개구리의 침범으로 언제 급격하게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9년 06월 07일 아산 수원청개구리

익산과 인접한 군산 지역에도 수원청개구리가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체수 꽤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9마리 정도의 수컷 수원청개구리의 노랫소리만 들린다. 아래 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황소개구리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운 좋게도 군산 지역에서 수원청개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 매 번 조사할 때마다 온도, 습도 그리고 수온, pH 등 다양한 환경 정보들을 수집한다. 수온과 pH를 측정하기 위해서 논 가장자리 부근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에 한 마리가 외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곳에 또 몇 년 뒤에나 올 수 있을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데 만약에 온다 해도 이곳에는 더 이상 수원청개구리를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한동안 논에 앉아서 눈과 귀로 군산에 수원청개구리를 담아갔다.


군산 지역을 뒤로 한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익산으로 향했다. 익산 지역은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가장 늦게 알려졌지만 많은 개체수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익산 지역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수로와 더불어 논둑을 시멘트로 덮어서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하는 등 많은 개발 때문에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익산에 수원청개구리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색이 더 진하고 이뻐서 순도 100% 수원청개구리라고 부른다. 혼자 조사 다니면 굉장히 외롭고 지루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혼자 조사 다니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2019년도 나의 베스트 사진은 익산에서 촬영한 수원청개구리 사진일 것이다. 조사 중에 있는 그대로의 생물 사진을 찍는 것은 연구에 있어서 최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2019년 06월 14일 전라북도 익산 수원청개구리

5월 말부터 한 조사는 6월 셋째 주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아쉽게도 새로운 곳을 찾는 곳을 제외하고 원래 수원청개구리가 살았던 곳 중 하나인 용인에서는 수원청개구리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4년 전에는 그래도 수원청개구리 소리가 적지만 들렸던 곳인데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과거에 없었던 비닐하우스들로 인해 서식지가 파편화되면서 사라진 것 같다. 앞으로 수원청개구리들이 살 수 있는 곳은 더욱 줄어들 것 같다.


2019년 한 해동안 약 80곳에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곳, 서식했던 곳 그리고 서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을 돌아다녔다. 2016년부터 매 년 전부는 아니지만 늘 해오던 조사가 올해가 마지막이라니 시원 섭섭하다. 조사 다닐 때마다 모기에게 1000번 물리는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으니 다행인 걸까?

2019년 06월 모기에게 1000번 물렸다.

실험실에서 지난 5년 동안 Amael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수원청개구리 개체수 조사를 진행하였다. 특히 2019년에는 대부분 내가 주도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되어 특별한 해였다. 부디 10년 지나도 그들의 소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볕이 과랑과랑한 비자림로 쉬영갑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