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향해서
즐거운 기억만 남기고 간다.
오사카에서 마지막 날, 얼른 채집하고 다시 박물관에 가자는 약속을 한 후, 미누 공원을 갔다. 미누 공원은 낮에 가니 생각보다 위험했다. 태풍으로 인해 길이 끊겨있는 곳도 종종 있었고 옆에 난간들은 임시로 보수를 해놓았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민민매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방팔방 다니며 매미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아쉽게도 대부분 우리가 채집할 수 없는 거리에 위치했었다.
목숨 걸고 난간에 매달려 채집은 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는 못 보던 표지판도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으니 먹이를 주지 말라는 뜻이었다. 간혹 가다가 일본 야생 원숭이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래도 동물학자인 나는 야생 영장류인 원숭이를 내심 볼 수 있기를 바랬다.
우리는 미누 공원... 음 공원이라기보다 산이다. 산을 한 바퀴 둘러봤는데 민민매미를 채집하지 못하였다. 한 마리가 포충망이 닿는 거리에 있었으나 놓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참매미보다 눈치가 너무 빨라서 채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채집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수컷 민민매미 사진 한 장을 담아놓았다.
수컷 민민매미는 확실히 우리나라 참매미와 다른 검은 배의 색이 도드라졌다. 아쉽지만 이곳은 도저히 채집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태풍으로 인해 이곳저곳 산사태에 위험이 너무 컸고 채집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지만이에게 백기를 들며 오사카에서의 채집을 마친다고 말했다. 지만이는 전시회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산을 내려갔다.
우리는 내려가는 길에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일본 야생 원숭이도 만날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으로 출장 갈 때마다 보고자 하는 생물을 보는 운은 타고난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오사카에서의 채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오사카에서는 채집과 박물관을 오가며 정신이 없었다. 다음번 일정인 교토에서 머물 숙소도 잡아야 했고 날씨도 봐야 했다. 그만큼 나는 예민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돌아가면 혼자 정리를 해야 하는 사실에 부담이 컸다. 지만이는 일본에서의 일정을 끝내자마자 바로 뉴질랜드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졌던 곳 중 하나는 오사카시립자연사박물관에 특별 전시회였다. 특별전시회 표가 우리나라 돈으로 20,000원이 넘는 것을 확인하고 놀랬다. 교토로 가기 전, 신야케 박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교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