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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구닷 Mar 01. 2016

#3. 직장인에게 회의감을 안겨주는 회의!(1/2)

 회의를 말하기에 앞서

매주 월요일마다 병이 도진다. 

익숙해질 만한데 아마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게 직장인의 월요일임을 일요일 저녁부터 깨닫는다. 

좀처럼 회사에 가도 즐거운 일이란 없기 때문인가.


직장 생활에서 우리의 동기를 꺾어버리는 기막힌 요소들은 늘 산재해 있다. 

그중 이 "회의"가 절대로 빠질 수가 없다. 


취준생들이 생각하는 회의는 정말이지 환상적인 무언가다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가 터지고 실력파 현직자들을 필두로 조직원이 집합한다. 

각자 노트북을 켜고 외근을 나간 직원은 화상회의에 참여한다. 

오늘의 안건이 표제로 보이고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모두 평등한 발언 기회를 갖는다.

신입의 참신한 아이디어부터 경력자의 인사이트 있는 의견이 오고 간다. 

가끔은 높은 언성이 오고 가지만 모두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는 책임감으로 열정적이다. 

준비된 자료와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으며 검토, 최적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에 이르고. 

각 담당자에게 정확한 추후 업무 일정과 역할이 맡겨진다. 

한 시간 가량 손에 땀을 쥐는 열띤 회의가 있었고 오늘도 뜻깊은 일을 모두가 함께 했다

성취감과 함께 잠시 미뤄둔 업무를 처리하러 커피 한잔과 함께 자리로 돌아간다. 



모두 거짓이다. 

직장인에게 있어 회의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

거대한 문제 덩어리다. 보통 문제는 회의의 소집에서 시작해, 진행, 결과까지 단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회의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든다. 


나에게도 인생 절정을 찍은 "문제적 회의"가 있었다. 

아직도 이런 회의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교본으로 삼고 있다. 

충격으로 다시는 정상적인 회의를 하지 못할 것 같은 대미지를 입었는데 다행히도 좋은 경험으로

발전적인 회의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번 포스팅은

    1) 회의를 회의감 들게 만드는 요소들

    2) 발전적 회의를 위한 방법들(사례들)

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문제적 회의에 대해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지금의 사례는 가 겪은 사례 → 아니다. 가상으로 만든 이야기다. 

추후 문제의 소지가 생겨서는 안되니까 허구라고 서로 약속하기로 하고 들어보자.

단순하게 허구지만 내가 실제로 겪은 것처럼 쓰인 건 왜일지 모르겠다. 

직장인! 당신이 어제/오늘/내일 겪는 일이다



문제의 발단

당시 전사적으로 회의 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말이 많았고 본부별로 이 회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TFT(특공 용병 임시팀 정도)가 결성되었다. 일명 "회의문화 개선 회의". 일단 문제의 인식은 좋았다. 회의 문화는 매우 잘못되어 있었다. 그러던 찰나 전사적인 개선 활동이  요구되었고 관리 조직 중 한 명이 담당이 되어 10개 팀에서 직급별로 한 명씩 열 명을 모았다. 일단 이 담당부터가 문제였는데 "회의문화 개선" 프로젝트 참여인원에게 전날 회의가 있다고 메일로 통지했다. 메일에는 회의의 목적이나 자료도 전혀 없고 참가자들과 일시, 장소만 있었다. 

문제의 진행

일단 TFT 관리자 외에 아무도 머가 먼지도 모르고 당일 참여했다. 3시 시작이지만 3시 반쯤 어슬렁 몇 명이 들어온다. 그러고 나서 자유로운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우리 회사의 회의 중 문제가 되는 점이 무엇인지 말하라 한다(자료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뜻이다). 당시 신입사원인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높은 직급만이 자유 토론에 참여한다. 그리고 관리자는 엑셀을 켜고 고사리 같은 타이핑으로 브레인 스토밍 하듯 의견을 써본다(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는 작업). 심지어 회의 기록자가 특정 단어를 강조하기 위해 붉게 손수 색을 입히는 반복 작업도 스크린을 보며 기다려야 한다. 그러던 중 직급이 낮거나 다루기 어려운 부분은 일단 제외된다. 다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한  2시간쯤 지난다. 그렇게 의견이 조금 모이고 1주일 뒤에 해결방안도 생각해보자 한다. 

문제의 고조 

1주일 뒤 똑같이 모인다. 회의실에 들어서 스크린을 보니 지난주 얘기하다 말았던 엑셀 화면이 고대로 

스크린에 보인다. 나에게만 1주일이 멈춰 있었던 건가. 

그리고는 다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이러한 문제가 있었으니..." 이제 해결방안을 말해보자 한다. 

똑같다. 여기저기 이런 불만이 있다고 다시 터져 나온다. 해결방안은 잘 안 나온다. 중구난방으로 같은 의견을

표현만 바꾸어 사람마다  되풀이한다.  한두  시간쯤 지나 주위를 둘러보니 특정 그룹으로 나뉜다. 

   - 계속 불만만 말하는 그룹, 

   - 추상주의 해결책을 돌려 말해보는 그룹, 

   - 무조건 안된다고 지적만 하는 그룹,

   - 첨부터 회의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던 그룹, 

   - 처음엔 무언가 바꾸어보고자 했으나 이내 이 회의도 망했음을 알고 자포자기한 그룹.

문제의 결말

"회의문화 개선"이라는 조직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회의가 쥐도 새도 모르게 두 번의 회의로 끝났다. 

애초에 몇 번의 회의를 할 건지도 공지나 의견이 없었다. 

참여자 외에 타 실무자들은 이런 회의가 있는지도 몰랐을 거다. 결과 보고서가 날아왔다. 

이미 윗선의 보고 및 결재까지 맡아진 보고서. 수정할 만한 부분이 있을 수 있었지만 뛰어난 관리자의 재량으로

본인 의견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

보고서 상 쓰인 잘못된 회의 문화정규회의가 너무 많다??? 였다. 그리고 해결방안으로는 주마다 하는 보고를 격주마다 하는 것???으로 바꾸자였다. 그리고 결재가 되었고 우리 본부는 이렇게 개선합시다로 메일로 한 번 딱 뿌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실제 사례 → 아니. 허구의 이야기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일단 "회의문화 개선" 회의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단순히 일로 전락해 버린 점이다. 

이런 문제는 업무로 접근할 카테고리가 아니다. 조직의 펀더멘탈과  관련된 것이므로 충분히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모였여야 했다. 


준비가 안되었다.  

사전 자료 공유도. 중간 자료 정리도 안되었고 심지어 회의 기록하는 것조차 그 자리에서 양식을 만드는 것을 화면을 보며 기다려야 했다. 각 팀의 대표를 뽑았다는 것은 팀을 대표해서 의견을 나누자는 것이다. 사전 공유가 안되면 팀원들의 의견을 물어볼 기회가 없다. 


발언의 자유가 있는 회의가 아니다. 

직급 순서로 말하는 것은 이미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렇다고 "직급이 낮은 순부터 말해보자"고 하는 것 또한 조심해야 한다. 

그 말에서조차 직급을 의식하게 만든다.


자유회의를 빙자한 무책임 회의였다.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단이 자유로운 항해를 한다고 해서 배도 없이 바다로 나가진 않는다. 

자유회의라도 순서와 진행이 있는 것이다. 무책임과 자유는 언제나 백지장 한 장의 차이다. 


배가 산으로 갔다. 

회의문화에 문제가 있으니 개선하자는 취지의 회의였으나 갑자기 정규회의가 많으니 줄이자는 결말이 나왔다. 핸드폰 액정이 나가서 고치러 갔는데 케이스가 맘에 안 든다고 바꾸고 그냥 왔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의문화 개선"회의에서 잘못된 회의 문화가 잔뜩 들어있다. 

더군다나 이 회의 결과가 우수 사례로 회사에서 상까지 주었다면 정말 놀라울 수 있겠지만 

노 코멘트로 해야겠다.  


원래는 

1) 회의를 회의감 들게 만드는 요소들

2) 발전적 회의를 위한 방법들(사례들)

의 글을 쓰면서 관심 유도 용 이야기를 잠깐 쓰려고 했지만 본의 아니게 길어지게 되어 

두 개의 포스팅으로 나누게 되었다. 


관련 이야기나 아이디어가 있는 분들께서 댓글이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공유해주신다면

#3. 직장인에게 회의란? 회의감만 드는 것(1/2) - 눈 가리고 귀와 입을 틀어막힌 지식인들

에 반영하고 싶다. 모두의 아이디어가 모여 모두를 위해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듣고 공감될 수 있는 글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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