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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구닷 Mar 12. 2016

#3. 직장인에게 회의감을 안겨주는 회의!(2/2)

회의를 망치는 녀석들과 구글의 회의 규칙

직장인에게 가장 정신을 소모시키는 행위는 무엇일까?

잘못된 걸 알면서도 위에서 시키니까 쓰는 보고서,

바람에 휘날리듯 왔다 갔다 하는 상사의 업무지침,

열심히 일한 사람은 고생만 하고 줄 잘 서는 사람이 승진하는 인사체계 등

끝도 없이 많겠지만 정기적, 수시적으로 발생하는 회의를 빼놓을 수 없다.


사전을 통해 회의를 검색해보았다.

회의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런 모임

의심을 품음. 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심

우리가 하고자 하는 회의는 ①번인데 ②번의 의미가 더욱 와 닿는 건 슬픈 일이다.


나의 경우 보통은 주 1회 정도로 주간회의를 하고

중요 공지가 있을 때나 필요할 때 수시로 하는 것도 주 1회 정도 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어떨까? 주당 몇 번의 회의를 하는지 취업포탈 커리어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그림으로 나타내 보았다. 그림이 없으면 다들 집중을 못한다.

취업포탈 커리어 자료 기반

평균적으로 주 2회 정도로 회의를 한다면 당신 역시 평균에 속하는 직장인이다.

추가로 얼마나 오래 회의를 하는지도 알고 가자. 한 번을 해도 장타가 나오면 그 또한 속수무책이다.

취업포탈 커리어 자료 기반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50%는 1시간 내로, 80% 가까이는 1시 반 내로 회의를 마무리한다.

2시간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는데 일명 마라톤 회의라고 한다.

애초에 어떤 녀석이 회의와 마라톤을 연결시켰는지 그 녀석부터 찾고 싶다.

경험상 단연 최악의 회의 케이스는 꼰대 성향을 가진 상사가 하필이면 주말에

리더, 혁신이란 단어가 들어간 자기계발서를 읽고 와서 제안하는 브레인 스토밍 회의다.

준비가 안 된 브레인 스토밍 회의는 크리에이티브함은 온데간데없고 대부분 필리버스터로 끝나버린다.


필자의 경우 보수적인 문화의 정점으로 불리는 자동차 업계에서,

그중에서도 갑질 논란 무대의 주연인 구매팀에서 근무 중이다.

자동차 부품 구매라는 특성상 팀 내에서 하는 회의보다 팀 대 팀, 회사 대 회사로 참여하는 회의가 많았는데

나름의 경험을 통해 정말 참여하기 싫은 회의를 정리해 보았다.



회의를 망치는 녀석들

응? 왜들 의견을 내세요? 이건 답정너 회의야. 답이 정해져 있는 회의라고!

최악의 회의 국가대표다.  의견을 나누는 것이 회의지만 나눌 필요 자체가 없다.

왜냐면 이미 상사 또는 그 보다 위의 경영층에서 답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의견을 제시해도 어차피 최종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누가 참여할 것인가.

보통 이런 플로우로 진행된다.

   1. 주최자가 중요 안건이라는 미끼로 참석자들에게 회의를 공지(=통보)한다.

   2. 내용을 보아하니 안건을 기각하거나 깊이 의논하지 않으면 후에 매우 피곤해질 것이란 직감이 든다.

   3. 나름의 자료와 아이디어를 준비해 회의에 참여한다.  

   4. 의견을 피력한다.

   5. 주최자가 "이미 경영층에게 하겠다고 보고 한 안건이라 바꿀 수가 없는데요"라고 말한다.

이럴 거면 그냥 공지만 하지. 왜 회의를 소집한 거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회의 첨석자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앞서 바위가 친히 계란을 치러 온 상황에 의욕을 잃고 만다.

상부의 지시라는데 근로계약서에 손수 사인한 노동자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상명하복의 문화가 정착된 한국 대기업 문화는 회의라는 개념 자체를 뒤엎어

버렸는데 바로 이 케이스다.


쇼미더머니의 유행인가? 디스도 라임도 살아있는 질책 회의, 꼬투리 회의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개된 자리에서 디스하는 문화가 한국에도 자리 잡은걸 보면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가 유행이긴 한가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지 않는 회의 유형이다.


목적자체가 의견 공유 보다는 내가 널 괴롭히고 싶은 의견을 공유하는데 있다고 보인다.

한 번은 협력업체 담당자(을)가 실수로 한 말을 참석자들(갑)이 1시간 내내

꼬투리 잡는 걸 본 적이 있다. 아니,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면 안 되니까 그냥 상상해본 적이 있다.

   을 : 제가 이전에 A를 했었는데

   갑 : 이봐요. A가 아니라 B 아닌가요? 확실해요?

   을 : 아 죄송합니다. 말하다 보니 헷갈린 것 같습니다. B를 했었는데..

   갑 : 왜 방금은 A라고 했어요

   을 : 아 제가 실수로...

   갑 : 실수? 왜 실수했어요

   을 : 말하다가 잠깐 오해해서

   갑 : 오해? 왜 오해했어요

학창 시절 어머님의 잔소리와 화가 난 여자친구의 질문공세보다 무섭다.

보기만 해도 모두의 인생이 골고루 낭비됨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한정적인 인류를 위해서도 지양해야 한다.

구매라는 직무 특성상 협력업체와 회의를 하다 보면 드물게(매우 자주) 겪게 된다.

다 같이 모여 뇌의 잔주름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뽑아내 의논해보고

발전해가기도 아까운 시간에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따지고 든다.


질책/꼬투리 회의는 참석자들 간의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 경우 많이 볼 수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 구매와 영업 등이 아닐까 싶다. (그냥 그런 거 아닐까 싶다)

공자께서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 될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였는데

기업께서는 "세 사람이 회의를 하면 반드시 나의 갑이 될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밥은 잡쉈는데 돈 낼 사람이 없다? 결론 없는 회의!

다 같이 밥은 먹었는데 돈 낼 사람이 없다. 이 얼마나 난감한가.

다 같이 회의에 몇 번이고 참석했는데 결론이 없다.

일종의 리더의 부재라고 생각해도 된다.

결론 없는 회의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만 없을 뿐 문제점은 모두가 말한다.

일단 문제는 던진다. 이 기회에 말해놓지 않으면 추후  문제 발생 시 귀책을 뒤집어쓸 거란

생각이 만연하다. 결론은 없더라도 당팀은 기 통보하였음 카드를 내보이기 위해....

당팀은 기 통보하였음

문제가 가득한데도 선뜻 "이렇게 해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조금이라도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했다가는 부메랑이 되어 내가 맞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오늘도 역시 그냥 시간이 가겠구나 하면서 참여하는 회의가 되어버린다.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회의에 참여하지만 입은 더욱 무거워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자네 리시브 좀 하는구먼. 핑퐁회의!

일명 회의의 꽃인 핑퐁회의다.

핑퐁 회의는 말 그대로 모여서 이것이 네 거냐 내 거냐 따지는 일련의 전문화된 과정인데

굉장히 질이 나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결론 없는 회의, 꼬투리 회의, 답정너 회의 등

문제적 회의와 함께 발생하는 콜라보 회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시간만 지체되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사람의 진까지 빠져버리는 악질이다.


보통 회의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지만 핑퐁회의의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책임 소지가 있는지도 관심이 없다.

관심분야는 오로지 단 하나, 내 책임이 아님을 증명하는 데에만 올곧이 에너지를 투입한다.

기업이 특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고 팀이 많아지면 슬슬 고개를 내미는 회의 문화인데

이 회의가 생기는 이유는 아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업무 프로세스는 빈틈 투성이!

큰 회사일수록 프로세스로 일한 다지만 규정되지 않은 불규칙한 업무들이 매일같이

탄생하는데 우리가 또 어떤 젊은이 들인가.

정해진 길 외에는 걸어본 적 없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문제집 예제가 아니면 덜컥 겁부터 먹는 수학 영재들 국가인데

변칙적인 업무들이 나오면 일단 난감하고 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생각되는 건 당연지사.

규정화되지 않고 빈틈을 노려오는데 도대체 누가 리드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일단 독박 쓰기 전에 상대에게 밀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일을 잘 쳐내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

나무 하나를 깎아도 영혼을 불어넣으면 부가가치가 생기지만

회사 업무에는 그런 부가가치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인사시스템도 문제인 것이 총명함과 열정으로 무장한 인재가 부가가치를 생산하려다 실수한 것보다

큰 발전은 없지만 역시나 큰 문제 일으키지 않는 무난한 사람이 승진하는 체계다.

실패는 경험이 아닌 나라. 성공한 사람이 말하는 실패만이 경험으로 인정되는 나라

일단 일을 잘 쳐내고 무난하게 넘어가는 사람이

잔업 만들지 않고 일 줄여주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건 개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사라져야 할 인식이 아닐까.





구글이 말하는 회의 규칙

경험이 더 쌓여야 할까. 좋은 회의를 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회의라는 명목으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드물게 책을 읽곤 하는데 마침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던 중

에릭 슈미트가 효율성 있는 회의를 위해 제안한 규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구매한 지가 1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회의에는 결정권자가 있어야 하며 반드시 첨석해야 한다.

가장 결정적인 규칙으로 생각된다.

핑퐁회의와 결론 없는 회의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굳센 의지가 돋보인다.

에릭 슈미트도 부하 직원일 때 적잖이 당했나 보다.


의사결정이 아닌 정보공유나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회의도 주인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다. 이 원칙이 없다면 우리 회사는

모든 회의를 "정보공유" 회의로 명하고 영원히 결정권자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불분명한 회의는 열지 말라

종종 목적이 먼지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해 함께 회의 목적을 고민한 적도 있다.

일단 회의부터 열고 보는 문화에 그동안 얼마나 당했던가


회의는 관리할 수 있는 규모로 8명 내외로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가끔 회의는 안드로메다도 간다.

소수의 핵심인원이어야 발언권도 주어지고 불필요하게 경청만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꼭 필요한 사람만 참석시켜라

굉장히 상식적인 말인데 지켜지지 않는다.

내가 들어갈 회의가 아닌데 내가 존재한다. 도와주고 싶으나 도울수가 없다.

왜냐면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그게 다다.


시간을 엄격히 지켜라

어렸을 적 어머님께 배우지 않았나. 회의든 머든 시간은 지켜라.


회의 중에는 회의만 집중해라

난 가끔 생각한다. 애초에 인간이 멀티태스킹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

한 가지만 하자.



좋은 회의문화는 조직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회의문화는 기업의 문화를 답습한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는 회의도 자유롭게.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는 회의도 딱딱하게 만든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실망한 것 중 하나가 회의문화였다.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며 가장 많은 고민은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이다.

발전적인 회의는 참여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 29살, 3번 입사한 신입사원

#. 말 많고 탈 많은 스펙 (1/2)

#. 말 많고 탈 많은 스펙 (2/2)

#. 상사가 꼰대라고 느껴질 때

#. 동기부여를 잃은 직장인들

#. 무너지는 평생직장. 평생직장에 사로 잡힌 직장인들

#. 발전이 되는 회의, 회의감이 드는 회의

#. 2번의 퇴사와 3번의 입사

#. 결국 사람이 문제

#. 사직서를 낼 때와 내고 나서의 기분

#. 신입사원의 부푼 꿈과 현실의 차이점

#. 퇴사를 고민하는 신입사원의 마음

#. 퇴사 후 느끼는 공허함과 막막함

#. 기업보다 중요한 직무

#. 대기업에 속한 직장인의 고민

#. 직장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5가지

#. 월요병인 줄 알았는데 월화수목 금요병

#. 초년생이 바라 본 구매 직무

#. 내가 겪은 이상한 기업문화

#, 대한민국 사회의 미니어처, 대기업

#. 받아들이기 vs 반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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