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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생일상

by 식빵엔 땅콩버터 Sep 09. 2024

막내 동생이 일본으로 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은 내가 석사 1년 차가 되던 해였다. 일어일문학 전공 대학생이었던 내 동생은 타이밍 좋게 내가 살던 집 근처의 외국어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다. 2DK였던 집의 비어있던 방 하나는 동생의 방이 되었고, 나 못지않게 추위를 잘 타는 동생은 다다미방이었던 그 방에 고타츠를 두고 지냈다.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입국하고 있는 동생 (김치였나?)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입국하고 있는 동생 (김치였나?)

처음 몇 달은 동생과 오다이바, 긴자, 신주쿠 등 여기저기 구경도 다녔던 것 같은데 점점 바빠지는 학사 일정 탓에 같이 놀러 다닐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었었다. 내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멀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놀러 왔을 때는 바쁜 나 대신 동생이 내 친구 가이드를 해주기도 했다. 그날 집에 돌아온 나에게 친구는


너보다 OO가 더 일본 구경을 잘 시켜 주던데?


라며 한껏 동생을 띄워줬고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더랬다. (진심이었던 것 같다. 쩝)


어쨌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났다. 동생은 예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남은 1년을 또다시 혼자 보내게 되었다. 이제 와서 떠올려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특별히 더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할 뿐이다. 그래도 생일상은 맛있게 먹었었기를...ㅎ ㅏ

내가 집에서 차려준 동생의 생일상내가 집에서 차려준 동생의 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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