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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Jung May 25. 2023

오늘도 평온한 하노이

매일 업데이트 가능한 베트남에서의 문화충격들

언제 한번 꼭 정리 기록해야지 하고 벼르고 벼르던 에피소드.

늘 외출 때마다 새로운 장면들이 업데이트되는 '불가능이란 없는' 베트남이기에 더 느려졌는지도 모르겠다.

더러는 익숙해진 것도 있고, 봐도 봐도 놀라운 것도 있다. 개인의 글이라 주관적 견해는 들어가겠다만 베트남, 특히 하노이에 사는 사람은 폭풍 공감 가능할 거라 확신한다. 바로 Go!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맨발로 잘 다닌다. 교육/경제능력 정도와는 상관이 잘 없는 것 같다. 놀이터에서는 물론이고, 흙바닥도, 시멘트 바닥에서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도 아이들이 맨발로 참 잘 논다. 종종 둘레길 같은 곳에 지압점을 느끼며 맨발로 걷는 산책로란 여기서는 즌혀 무용한 것! 하루에 한 번은 맨발의 외출인을 볼 수 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로 집안팎을 오가며 짐을 나르는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이 맨발인 경우도 종종 본다. 뽀얀 먼지 묻은 족적을 퐁퐁퐁 바닥에 남기며 돌아다니는데 아니 공사 중인 그 집 바닥은 어찌 되는 것인가. 아니 그 사람의 맨발바닥은 강철바닥인 것인가.


앗 예전 우리 집에 왔던 베란다 수리공의 흔적을 찍은 사진을 찾았다! 청소 직후였는데 아하하하.

문득 쓰레기까지 다 치우고 가시는 우리나라 가전 설치기사님들 세상 감사히 느껴졌더랬다
도시한복판에서 만난 신데렐라 언니야들. 신발은 깔고 앉은 걸까?

자유분방한 그랍 기사. 항목별로 따져 따져 쓰자니 너무 방대하여 자유분방이라고 퉁친다.

- 로터리 가운데에 주차하고 안장 위에 누워 꿀잠 자는 바이크 기사 : 안 넘어지는 게 신기하다. 가끔 휴대용 해먹을 갖고 다니면서 원하는 곳에 설치하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하노이 전체가 안방이야~

- 음식배달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 : (이건 소올직히 문화는 아니고 개인적 불만에 가깝지만) 음식을 배달해 줄 사람이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이미 내 음식을 만드는 중인데 라이더가 일방적으로 취소를 한다. 아마 더 원거리를 뛸 수 있는 주문을 잡았을 때 그러겠지? 그럼 주로 식당에서 전화로 다시 주문 프로세스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렇게 다시 주문부터 시작해야 조리 중이던 음식을 무사히 받을 수 있다. 나름 '약속'인 건데.. 자유분방쓰...

- 길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노상방뇨 : 으아. 처음엔 '왐마 깜짝이야!' 했는데 이젠 '음 그래.' 싶어지는 풍경이다. 너무 허다하다. 내 안구보호도 중요하지만 손 씻을 곳이 야외에 어딨겠노. 이건 뭐 도시 도처에 그들이 쉬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점도 한몫한다. 하지만 음식 주문했을 때의 그 찜찜함이란....


비단 기사들만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또 놀라운 컬처 쇼크! 얼마 전 지인이 한 여성의 노상방뇨를 봤단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높은 지분율의 피부색에 깜짝 놀랐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어렸을 적 차 뒤에 숨어서 쉬야 한 적이 있었지만 그 어떤 분은 어느 바리케이드도 없이, 가리지도 않고, 마! 당당하게! 남자들처럼 그냥 벽 쪽에 가더니 엉덩이를 깠다고 ㅋㅋㅋ 어이쿠... 할많하않.


차량 천장 비닐을 잘 안 떼더라? 분명 새 차가 아닌데 커버가 번뜩번뜩 비닐을 안 뗀 경우가 많다. 너무 많아서 찍다가 말았었다. 어떤 차는 비닐이 뜨거운 온도에 오랜 세월 동안 달궈졌는지 팽팽해져서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앉은키가 자랐을 리는 없고... 일종의 미신일까? 현지인에게 한번 물어봤지만 딱히 답을 못 얻었다.

 


시동을 켠 채로 주유를 한다. 이 또한 어므나 깜짝이야 하여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하고 검색했는데, 분명 '폭발 위험성'이 있어 반드시 시동을 끄고 주유를 해야 한다고 써져 있었다. '폭발'이라고. 폭/발/ 내가 생각하는 그 폭발이 베트남에서는 다른 것인가? 택시 승차 중 주유소에 총 3번 들러봤는데 100% 모두 시동을 켠 채로 주유했다.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마치 100% 오렌지주스 마냥 나에겐 100%였다.


소음에 상당히 관대하다. 상당히, 상당상당상당히,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관대하다. 주말 아침 7시 전부터 작업하는 집 앞 공사장, 저녁 10시 이후에도 공사를 하지만 민원도 경고도 없는 듯 공사는 계속된다. 더운 한낮엔 아무래도 건설현장이 힘드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공사장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의 악기소리, 가라오케 소리는 일상 다반사이고, 주상복합 건물 1층에는 주로 마트가 있는데 엄청 커다란 스피커를 밖에 두고 음악을 크게 틀어둔다. 이 또한 컴플레인하는 사람이 없는지 쿵딱쿵쿵딱 특유의 베트남 비트가 늘 울려 퍼진다. 나같은 청각 예민자에겐 참고난이도인 비트.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 윗집에서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안방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음악 소리가 들렸었다. 심야시간대는 아니니 참다가 어느 주말엔 오전 6시쯤 음악소리에 깨서 현관에 쪽지를 붙였고 또 어떤 날은 너무 참기 힘들어 리셉션에 문의 후 올라가서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소리는 멈췄다.

근데 나중에 지인들에게 말하니 정말 드문 이웃이라며 주로 내 집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이라는 거다. 어쩐지 경비분이 함께 올라가 주긴 했지만 절대 자기가 중개? 조정?을 해줄 수는 없다며 나보고 직접 벨을 누르고 대응하라고 했었다. 한국에서는 큰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층간소음 개념이 여기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입주자의 개인 공간이 존중되나 보다. 한국에서 온 청각예민자를 배려해 준 이웃에게 감사할 뿐이다. 서로 각자 집에서 나는 이정도의 소음은 이해하고 사는 거라면 이 시선에선 정말 관대하고 평화로운 하노이다.


시간에 또한 관대하다. Korean time이란 말은 애교다. 오피셜 한 행사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무슨 타임 이런 게 강국들의 입장에서 식민지나 후진국을 까내리려고 만든 언어라는 말도 있던데,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특징 중 하나로 알고 있으면 충격이 덜하다.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참여한 크리스마스 클래스에 딸아이와 참여를 했는데, 한국인인 우리 모녀는 애교 넘치게(;) 3분 늦었다. 가는 길에 늦어서 미안하다고 미리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도착했지만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스탭 1명이 테이블 세팅 중이었다. 그리고 30분 지나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와서 시작했다지.

문제의 클래스 ㅋ 테이블 세팅 중인 직원도 보인다

남편 회사에서도 저녁 연회행사가 5시에 있어서 시간 맞춰 갔더니 일본인 1명과 자기랑 딸랑 2명만 정시에 와 있고, 나머지 직원들은 나중에야 여유로이 도착했다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단 말을 안 하는 것이 약간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론 주변에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어 일반화하고 싶지 않기에 항목으로 따로 두진 않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베트남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안 한다고 불쾌해한다. 이건 옛날 역사적 사건들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전쟁 이후 무슨 연유로 잡혀가 심문을 당하게 됐을 때 잘못을 시인하는 순간 사형이었기에 사과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설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 늦은 것에 대한 사과는 잘하지 않는다. 그냥 늦게 시작하는 것은 이들의 문화~ 당연한 것.


일하는 사람이 무지무지 많다. (값싼 노동력) 문화 충격 중 하나일 정도로 작은 공간에도 일하는 사람이 많다. 20평 남짓한 카페에도 아르바이트생이 6명. 좁은 주방에 따닥따닥 하는 일 없이 서 있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 1층만 해도 앞에서 문 열어주는 사람, 리셉션 데스크 보는 사람, 엘리베이터 눌러주는 사람이 있다. 지하 주차장에 가면 또 엘리베이터 앞에서 늘 차 마시는 관리인(아무리 생각해도 하는 일이 없다), 출입차 관리인이 있다. (돈을 걷는 것도 아니고 카드를 찍고 나가는데 늘 1-2명이 있다.) 인건비가 공산품 보다 싸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실감한다.


로비육아, 복도 육아가 있다.

너무너무 더운 하노이의 여름. 며칠 전엔 한낮 체감온도가 50도였다. 그 와중에 까꿍이들 키우는 사람 아니 대부분 애 봐주는 보모들은 집에만 있지 않고 나온다. 어디로? 시원한 아파트 로비로. 베트남 여성들의 초혼 나이는 엄청 어린 편이고 또 여성의 경제활동률은 엄청 높은 편이라 대부분 40-50대로 보이는 할머니 뻘의 보모들이 아가들을 데리고 모인다. 복도에서 축구하는 가정도 봤다. 소음에 또 관대하니까 가능....

이웃 아파트 로비육아의 현장. 여름육아하기 딱 좋지 뭐.


안 되는 게 어딨니, 오토바이의 활용도.

4인 가족이 탄 오토바이는 놀랍지도 않고 가끔 5명도 본다. (헬멧을 안 쓰는 어린이를 보는 건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여기서 잘 보기 힘든 차가 트럭이다. 우리나라에서 용달이라고 불리는 그 파란 트럭이 없다. 늘 대부분의 것들은 오토바이로 배달된다. (완전 대단해!!!b) 여분 뒷좌석을 살짝 개조하거나 끈,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고정한다. 아니면 2인 1조로 뒤에 있는 사람 자체가 물건을 들고 타는데 놀라지 마시라. 사무실용 대형 생수통 5-6개는 껌, 전신 거울, 에어컨 실외기, 얼마 전 대형 샷시까지.. 안 되는 게 없이 다되는 오토바이 배달에 또 놀랬다. 외출할 때면 오늘은 또 얼마나 놀라운 오토바이가 나타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드릉드릉한다. 마지막 사진은 아가가 너무 귀여워서 남겼다.


잠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예전 울 아부지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실 때 하얀 난닝구를 입고 내려가시면 엄마가 엄청 핀잔을 주곤 했는데 ㅋㅋ 베트남인들의 잠옷 사랑은 남다르다. 집 앞? 노노 마트를 가도...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 파자마도 있지만 방금 파자마 화보 찍다가 돌아다니는 듯 실크 파자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여자들이다. 카더라에 의하면 처음 잠옷 문화가 들어왔을 때, 잠옷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는 안팎에서 입는 옷이 달리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용으로 입고 외출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그 의미는 아닌 듯 하지만... '누가 봐도 잠옷인데 왜 입고 다니나' 신기하고 '저 옷 그대로 다시 집 침실에 가서 누우려나...' 싶어 홀로 괴롭다. 이건 마치 신발 신고 침대에 눕는 서양인을 보는 마음이야. 으으윽.


아 너무 길어진다. 마지막 하나만 더 써야지.


손톱을 기르는 남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기를 꾸미는 남자들이 네일아트 용으로 기르는 건 아니고 주로 아저씨들의 손톱이 길다. 귀 파려고 새끼손톱 기르는 한국 아저씨들 이야기는 들어봤다만 이들의 손톱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험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위 까칠하지 않은 고운 손을 자랑하는 것. 땡볕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에게 긴 손톱은 거치적거리겠지만, 에어컨 빵빵한 차 안에서 운전을 하거나 (세금 문제로 차량 구매비가 엄청 높다), 사무실에 앉아 고객을 대하는 사람, 사업을 하는 사람은 긴 손톱이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으니 자기의 직업적 우위를 보여주는 요소라고 한다. 책에서 읽었는데 며칠 전 스위스 남자도 같은 내용을 말하는 걸 보니 잘못된 소문은 아닌 것 같다.


베트남 커피 배우러 갔다가 만난 긴 손톱.......


 

베트남에 흔한 인도 위 주차능력자의 사진을 끝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아 인도가 인도가 아닌 것도 이 곳의 특징이다. 대부분 오토바이 주차장 수준이거나, 떡하니 인도만한 지분 그대로 나무가 심겨져 있다.

대충살자 하노이 인도 설계자처럼 ㅋㅋ Xin c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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