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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Jung Jun 06. 2023

한국에 사는 그대들이 이미 가진 것들

I can't wait to go to KOREA!!!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들 하지. MZ세대(의 끄트머리를 붙잡은 자)로서 솔직히 나라를 위해 내 한몸 바친다던지, 가진 패물을 끄러모아 금 모으기에 동참한다던지의 희생적인 애국은 못하겠다만 "愛國" 문자 그대로 내 나라사랑만은 찐이다.


5월 즈음부터 문득문득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게 꼭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으로 한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나야 나. 해외살이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방학을 이용해 한국을 들르고 그 1-2달 동안의 기억으로 나머지 10-11달을 산다고들 하던데 나도 꼭 그 마음인듯 싶다.



제일 기대하는 것들은 역시 엄마의 음식. 그리고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주는 남도 음식, 산지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회, 제철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나물 한상 차림과 같은 한식들이다. 해외에서 먹는 한식은 한국품종의 야채로 만들었다고 해도 땅맛이 다른 건지 도통 한국의 맛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간간히 캡쳐하고 저장해둔 다양한 메뉴의 맛집리스트들... 도장 깨기처럼 투어 할 생각에 한달 외식비용을 셈해봤다지. 점심 한끼 가격이 1만원이 넘어선지 오래라 런치플레이션 (런치+인플레이션) 이란 말까지 생겼다던데, 하루에 한끼를 외식하면 얼마가 소비될까... 우어, 미리 예금이라도 들어놨어야 했나 조바심 생길 지경이다. 하지만 먹은 것들이 다 몸 밖으로 배설 될지언정 각종 육수와 섬유질과 양념들은 내 영혼을 그득그득 채우리라. 으흐흐.


인스타그램에 저장해둔 투어리스트들! 키킼


혼자 상상해본다. 아침 식사로 종각 뚝배기 집에 가서 우렁된장 먹고(나 울어ㅜ), 점심에 전주 비빔밥을 먹고 디저트 맛집에도 들렀다가 저녁에 여수에 간장게장 먹는 것. 오바스럽지만 욕심내면 가능하지도 않나? 왜 가능하지? 생각해본적 없을 이유 ㅎㅎ 늘 당연하게 누리는 것 중에 하나인 전국 곳곳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갑분 인프라 찬양) 90년대 즈음 '1일생활권'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반도 면적이 작긴 하지만 그 작은 모든 곳에 곱게 깔린 고속도로의 이점은 너무도 당연하여 잘 생각해 본적이 없다.


팩트 하나를 들이대 볼까. 우리나라 동해 해안선의 길이는 약 680km, 베트남의 남북해안선은 약 3,200km. 근데 이곳에는 '단 하나의 고속도로도 없다.' 왜 없을까. 짐작하는 많은 이유들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만 있다보면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누리고 살고 있음을 잘 모른다. 심지어 카드 한장이면 환승할 수 있는 지하철과 KTX는 또 어떻고, 말해 뭐해. 하노이엔 지상철 1라인만 아주 짧게 있다. 근데 이 마저도 오토바이가 훨씬 편하니 이용을 안해 운영실적이 좋지 않다고 한다.

thetruesiz.com 에서 비교해본 베트남과의 국토면적 비교


이 작은 땅덩어리에 얽혀 있는 고속도로들아 고마워. 내가 꼼꼼히 톨게이트 비용 잘 내고 많이 이용해줄게.




음식 외 할 것들의 첫번째는 무조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 체크업 되시겄다. 치과/안과 정기검진을 기본으로 종합검진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 의료서비스는 정말 대단하다. 미국은 보험 문제가 심각하고 (미국에서 독거미 물려 보라색이 된 무릎을 두고도 병원을 안가던 친구가 있었다) 유럽 어느 나라는 감기가 심해 주치의 예약을 하고나면 증상이 멈출 즈음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어 병원이 소용없다고도 하던데, 접근성 높고 / 신속하고 / 저렴하기까지 한 한국. 가히 세계최고인듯 하다.


더구나 아픈 곳에 대해 수준높은 의료진과 함께 모국어로 소통이 되는 건 정말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ㅠㅠ 정말 눈물 찔끔나는 감사함이다. 베트남에서 대학병원에 갔을 때 아무리 통역을 끼고 진료를 보더라도 뭔가 미심쩍은,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예를 어디가 팽팽하게 땡기듯이 아프다고 한다던가, 귀에 소라껍데기를 댄듯 웅웅거림이 있다고 표현한다던가, 두통이 날카롭게 아픈게 아니라 지끈지끈/욱씬욱씬 하다던가 하는 그 어떤! 미묘한 표현을 조목조목! 표현하고 싶은데 과연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싶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과 서비스와 의료진 실력 모두 우수하니까 해외에서 의료 관광을 온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듯 정도이다. 입국 하자마자 일주일 안에 모두 끝낼 의료 서비스에 미리 감사함을 살포시 앤드 공손히 이힛.




그리고 문화생활! 뮤지컬과 미술관, 아이를 위한 박물관을 갈 것이야. 때가 되면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서울 곳곳의 미술관에 초대되는 원화 걸작들. 이게 다 수준에 맞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누릴 관객이 있고, 원화를 상태 좋게 보존을 하고,  물론 또 그만큼 수익성이 있어서 그렇게 한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베트남에서 살기 전엔 알지 못했다. 어느 나라든 로컬의 예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것 저것 누릴 폭이 넓은 건 축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한국에 꽤.. 아니 엄청나게 잘 되어 있다. 우주/역사/자연사 등등 마음만 먹으면 접근이 가능하고, 한달 동안 빡쎄게 누려야 할 것들을 미리 홈페이지들로 탐색해 보면 컨텐츠의 퀄리티나 파워가 너무너무 대단해서 기획한 사람들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라구. 또 음향이나 무대장치들이 엄청난 뮤지컬도 그렇고 작은 대학로 소극장도 또 할인 혜택까지도... 참 여러모로 누릴 것들이 참 많은 한국임을 다시 느낀다. 미술관 2개, 연극1개 완료! 뮤지컬도 한편 보고 싶은데... 오페라의 유령 티켓팅 성공한 사람들 정말 부럽다.




그 외에도 살 것들... 한살림/컬리/생협 등 냉장고에 쟁여둘 것들, 옷가지들 (분명 생산공장은 베트남일텐데 수입관세가 매겨져 비싼 SPA 옷들, 혹은 낮은 퀄리티), 운동 용품, 생활 용품들 (올스텐 뒤집개와 실리콘 도마를 몇달 째 찾지만 없다), 책 등등. 트렁크 안에 이민가방을 가져가 채워올 예정이라지.


미니멀리즘 따위는 잠시 잊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D-19! 꺅!!!



여담: 베트남 온라인 마켓의 자유분방함 덕에 한국에서의 쇼핑리스트는 더 늘어난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배송되곤 하는 이곳. 퀄리티 차이 무엇.

메탈 인줄 알았지만 플라스틱이었고 심지어 검정색을 샀는데 초록색이 왔다. 귀찮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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