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신선함의 도시 Dalat
비행 편과 호텔 빼고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첫 여행이자 딸아이와 단 둘이 두 번째 여행이었다. 베트남 중남부 도시, 달랏 (Da Lat). 한 도시에 머물기에 그리 짧지 않은 6박 7일이었고, 오늘은 그 마지막 날.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에 다시 와 앉아 오후 6시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브런치를 열었다.
사실 오늘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지루함이 조금 있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편안한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역시 대부분의 것들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달랏. 도시 이름엔 재밌는 유래가 있다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 뜻하는 라틴어의 첫 글자를 딴 게 지금의 도시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
나는 어떤 즐거움을 누리고 어떤 신선함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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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장 큰 즐거움은 먹는 것. 웬만한 향신채도 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베트남 음식들이 정말 잘 맞는다. 특히 소고기 쌀국수는 언제나 마음속 일등. Rau mui (고수)를 더 달라고 요청하면 늘 반가운 마음으로 더 갖다 주는 이들을 보는 것도 홀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Chay (채식) 식당이 많은 것도 즐거운 옵션 중 하나. 특히 하노이와 달리 맑은 공기의 푸른 하늘과 뻥 뚫린 산세 속 멋진 풍광을 보며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행복했다. 볶음국수, 비빔국수, 넴 총 75,000동 (약 4천 원) 저렴한 가격 또한 큰 매력. 예전엔 채식이라 하면 조금 어려운 것 또는 뭔가 덜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고 또 배불리 먹어도 속이 편하다는 장점에 점점 매료되어 가는 중이다.
셋째 날 저녁엔 신선함 '레벨 상' 정도의 경험을 했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카페에 접속했다가 다음날 동행을 구하는 글을 보았고, 약 2시간 뒤 개별 여행을 왔던 우리는 야시장에서 꼬치를 먹고 있었지. 각자 홀로 여행 오신 남녀 30-40대 세 분과 우리 모녀였다.
동행을 주도한 분은 만나기 전 메신저로 데님가방 사진을 보내주시며 '이 가방을 멘 사람을 찾아주세요!'라고 하셨는데, 40대 여성분임을 알았음에도 순간 뭔가 달달한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 건 역시 바보 같은 뇌의 오류인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장르가 청춘물인지 스릴러인지 조금 헷갈리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크크. 그리고 낯선 것은 일단 경계하고 보는 딸아이의 사전 질문 폭탄세례 덕에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피곤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본 너도 나도 아는 것은 데님가방뿐, 동일하다고! (제발 그만 좀 물어봐....) 라며 타일렀다. 나를 자주/많이/피곤하게 하는 아이의 불안도가 조금 희석되는 시간이 되었길.
나도 12년 전 패키지로 다녀온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해본 조인여행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의 하루가 이리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뭐랄까. 각자 다른 색깔의 매끈한 셀로판지가 쪼르르 합쳐졌다가 다시 각자 색깔대로 깔끔히 흩어진 듯한 여행이었다. 여행력 up!
어느덧 쓰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아이와 마주 앉아 글을 쓰는 건 레벨 최상상.
집으로 가는 비행 4시간 전 남겨보는 간단한 소회 끝.
좋았던 곳
1. 꾸란 마을 (Cu Lan Village)
2. 땀 찐 커피 농장 (Điểm Du Lịch Cà Phê Tám Trình)
3. Dreamers: home and coffee
4. Bản Cà Phê Đà Lạt
5. 다딴라 뉴 알파인코스터 라인